지난해 중의원 조기총선 하루 전날인 10월21일 도쿄 아키하바라역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연설을 할 때의 모습. 당시 수많은 청장년 남성들이 일장기를 흔들며 “아베” “아베”를 연호했다. EPA 연합뉴스
아베 신조 정부는 아저씨들에게 유독 인기가 많다?
일본에서 최근 몇 년 동안 흔히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그런데 이를 종합적으로 뒷받침할 만한 자료를 <요미우리신문>이 22일 보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날 1978년 오히라 마사요시 내각 이후 역대 내각 남녀 지지도 차이를 계산해보니, 아베 2차 정권이 역대 최고로 남녀 인기 차가 심한 내각이라고 전했다. 이 신문은 월별로 집계한 자사 여론조사 수치를 기준으로 아베 내각 지지율에서 비지지율을 뺀 수치 평균을 남녀별로 계산했다. 이 수치가 남자가 여자보다 10.6%포인트 높았다. 지난달 여론조사에서도 남성의 아베 내각 지지율은 55%로 비지지율 40%를 크게 웃돌았다. 반면, 여성의 경우에는 비지지율이 50%로 지지율 36%에 불과했다. 아베 내각만큼 지지율 ‘남고여저’(男高女低)가 심한 내각은 이제껏 없었다. 전후 신보수주의 깃발을 든 나카소네 야스히로 내각도 남성에게 더 인기가 많았지만, 남녀 지지도 차이는 4.5%포인트에 불과했다.
아베 총리가 처음부터 여성들에게 비호감이지는 않았다. 아베 총리가 2006년 52살에 전후 최연소 총리에 올랐을 때만 해도 상황은 반대였다. 2006년 9월부터 2007년 9월까지 이어졌던 아베 1차 정권 때는 여성 지지도가 남성 지지도보다 10.8%포인트 높았다.
2차 집권 뒤 아베 총리가 여성들에게 급속히 인기가 떨어진 이유로는 신선미 감소, 우파적 정책 남발 등이 원인으로 보인다.
엔도 마사히사 와세다대 준교수(투표행동론)는 이 신문에 “1차 아베 내각 때는 아베 총리가 젊고 참신하다는 이미지가 있어서 여성들에게 높은 평가를 받았으나, 아베 총리가 재등판한 2차 내각 이후부터는 신선미가 사라졌고 여성들이 (아베 내각의) 매파적 정책도 싫어하기 때문이 아닌가”라고 말했다.
아베 2차 내각과 집권 자민당 인물들의 잇따른 성차별적 발언도 원인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의 측근인 하기우다 고이치 자민당 간사장 대행은 지난 5월 “(남성이 육아를 하는 것은) 아이에게는 폐를 끼치는 이야기”라며 “확실한 통계는 없지만, (아이는) 엄마와 같이 있는 것이 좋은 게 당연하지 않은가”라도 발언했다. 가토 간지 자민당 의원도 같은 달 “(결혼하는 여성은) 3명 이상 아이를 낳아서 키웠으면 좋겠다. 그게 세상과 사람들을 위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아베 정부의 버팀목인 아소 다로 부총리도 같은 달 재무성 사무차관 성희롱 파문과 관련해서 “성희롱이라는 죄는 (형법상) 없다”는 망언을 했다.
아베 2차 정권 지지율의 또다른 주요 특징은 젊은이일수록 지지율이 높다는 점과 ‘북풍’ 덕을 톡톡히 봤다는 점이다. 18~29살 사이 아베 2차 내각 지지율은 평균 61%로 60살 이상 50%보다 크게 높다. 젊은 층일수록 내각 지지율이 높은 것은 아베 2차 내각이 처음이다. 아베 2차 내각 출범 이후 북한은 4차례 핵실험을 했는데, 북한 핵실험 뒤 아베 내각 지지율은 평균 5.5%포인트 상승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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