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일본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동중국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의 모습.로이터 연합뉴스
중-일 간 군사충돌이 우려되는 ‘위기 상황’에도 양국 군 당국 간 통화에 이틀이 걸릴 수 있다?
중국과 일본 양국이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주변의 군사 충돌을 막기 위해 만들기로 한 핫라인에 ‘48시간 대기’ 규정이 들어가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이 24일 전했다.
리커창 중국 국무원 총리와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지난 5월 도쿄에서 만나 양국 간 우발적 군사충돌을 방지하기 위한 ‘해공연락 메커니즘’ 설치에 합의했다. 양국은 구체적인 합의 내용을 밝히진 않았지만, 그 안엔 군 간부 간 통화가 가능한 ‘핫 라인’ 설치, 현장에 있는 함정과 비행기 상호 통신 규칙 마련, 중-일 군사 당국 간 정기회의 개최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이 가운데 양국 간 우발적 군사충돌을 막을 수 있는 유력한 수단인 핫라인은 아직 가동되지 않고 있다. 중-일이 핫라인 설치에는 합의했지만 구체적으로 어느 직책의 군사 당국자가 통화할지 정하지 않아 개별 안건마다 통화 상대방을 정해야 한다. 일본은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해당하는 통합막료감부의 장성급을 통화 담당자로 상정하고 있고, 중국은 국토를 5개로 나눈 작전 구역인 ‘전구’(戰區) 지휘부의 사령관급이 대화 상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센카쿠 열도에서 분쟁이 일어나면 동부 전구가 나서게 된다.
그런데 중국은 “대화에 응할 상대방을 정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며 위기 상황 발생 이후 통화까지 최대 48시간 동안 서로 기다릴 수 있다는 규정을 넣자고 일본에 제안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이 신문은 중국이 미국과 한국 군사 당국과도 핫라인을 개설해놓고 있는데, 여기도 대기 규정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미국과 한국이 핫라인으로 대화를 요청해도 중국 쪽이 즉시 응답하지 않은 사례가 있었다는 것이다.
중국이 48시간 대기 규정 요구 이유에 대해서는 일본에선 ‘중국군의 관료화’를 원인으로 지적하고 있다. 그 때문에 동중국해 등에서 양국 간 충돌 위기가 생겼을 때 핫라인이 유용성이 있겠느냐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또 중국이 핫라인 설치 의미 자체를 사실상 축소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그러나 중·일 핫라인 설치 자체에 대해선 큰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많다. 핫라인 설치가 포함된 해공연락 메커니즘 관련 논의는 아베 1차 정권 때인 지난 2007년 4월 협의가 시작된 뒤, 2010년 센카쿠 열도 분쟁이 본격화되며 중단됐다. 이후 5월 도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의를 계기로 리커창 총리가 방일하면서 11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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