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 7일 백악관 장미정원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준비하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일본이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인 지난 7월 베트남에서 북한과 극비리에 접촉한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는 28일 익명의 소식통일 인용해 기타무라 시게루 일본 내각정보관과 김성혜 북한 통일전선부 통일전선 책략실장이 지난달 베트남에서 비밀 회담을 열었다고 보도했다. 일본이 이 회담에 대해 미국에 사전 통보하지 않아 미국 당국자가 일본에 불쾌감을 드러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 회담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일본인 납치 피해자 문제가 다뤄졌을 것으로 추정된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9일 정례 기자회견에서 이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보도된 내용 하나하나에 대해서 말하는 것은 삼가고 싶다. 어찌 되었든 납치·핵·미사일이라는 모든 안건에 대한 포괄적 해결을 위해 힘쓰고 있다”며 관련 내용을 부정하지 않았다. 회담 참석자로 보도된 기타무라 내각정보관은 일본 정부의 정보기관인 내각정보조사실의 수장이다.
그렇지만 이 회담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 관영 <노동신문>은 지난 22일 “일본은 과거청산이 없이는 한치도 미래로 나갈 수 없다는 것을 똑똑히 알아야 한다”고 전하는 등 최근 ‘일본 때리기’를 이어가고 있다. 북한이 28일 일본인 관광객 스기모토 도모유키를 보름여 만에 석방한 것에 대해서도 북-일 관계 개선의 여지를 남긴 것이라는 해석과 북한이 일본과의 교섭에 별로 흥미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분석이 엇갈린다.
북-일은 지난 2014년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납치자 문제를 재조사하기로 했지만, 북한은 “생존 납치자는 없다”는 기존 견해를 고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일본이 이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고, 북한의 4차 핵실험 뒤 대북 제재를 강화하자 북한은 반발하며 2016년 2월 스톡홀름 합의를 파기했다.
한편, <워싱턴포스트>는 6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 때 “진주만을 기억하고 있다”며 2차대전 당시 일본의 기습 공격을 거론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후 미국의 대일 무역적자를 거론하며, 일본이 미국과의 양자회담에 나서라고 압박했다. 회담 뒤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미국와 일본은 항상 같이 있다”며 미-일 동맹의 굳건함을 강조했다.
하지만 스가 장관은 29일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에 대해서 “사실이 아니다”고 부인했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인 전임자인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임기 종료 직전인 2016년 12월 역대 일본 총리로는 처음 진주만을 방문했었다. 당시 두 정상은 함께 진주만을 바라보며 미-일의 역사적 화해를 선언한 바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