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개헌 협조’ 얻으려 극비 타진
마에하라 강력부인 불구 정계개편론 솔솔
일본의 공룡여당 자민당과 제1 야당 민주당의 ‘대연정설’로 일본 정가가 술렁거리고 있다.
발단은 <교도통신>의 8일 보도다. 통신은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가 매우 가까운 인물을 통해 극비리에 마에하라 세이지 민주당 대표에게 연립정권 구상을 타진했다고 전했다. 시점은 총선에서 참패한 민주당의 새 대표로 마에하라가 당선된 직후인 9월 하순이다. 이 인물은 마에하라 대표와 만난 자리에서 구조개혁 추진을 위한 강력한 체제를 만드는 것은 물론, 앞으로 있을 헌법 개정을 고려해 총리가 연립을 희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마에하라 대표는 그 자리에서 거절했다고 한다. 정권교체가 가능한 양대 정당제 확립이 필요하므로 연정에 응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보도에 대해 미국을 방문 중인 마에하라 대표는 “그런 데 관여하지 않았다. 연립 가능성은 99.99%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가 이 보도를 전면적으로 부인하지 않은 것은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특히 고이즈미 총리가 그에 대해 애정 공세를 계속해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고이즈미 총리는 갓 취임한 그에게 “곧 각료가 될 수 있다”고 부추긴 바 있다. 측근들에게도 “내가 마에하라라면 바로 자민당과 연립한다. 그것이 정권을 쥐는 가장 빠른 길”이라는 말을 하기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나카소네 야스히로 전 총리를 비롯한 자민당 우파들은 오래 전부터 두 당 연정은 물론 합당을 통한 정계개편의 필요성을 주장해왔다. 우파 성향이 강한 마에하라가 민주당 대표 자리에 오른 뒤 그런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창당 50년을 맞은 자민당으로선 민주당의 협력없이는 숙원사업인 개헌이 불가능하다. 자민·공명당은 중의원에서 개헌 발의가 가능한 전체의 3분의 2 이상 의석을 확보했지만, 참의원에선 그렇지 못하다.
사회당 출신 좌파부터 열혈 개헌파까지 뒤섞여 있는 ‘모둠정당’인 민주당에서도 총선 참패로 정권교체의 희망이 멀어지면서 이념에 따른 정계개편론이 조금씩 힘을 얻고 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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