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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트럼프와 사이 좋다”…아베 정부 ‘진주만 발언’ 수습에 진땀

등록 2018-08-30 15:52수정 2018-08-30 23:28

고노 외상 “전화회담만 26번. 둘 사이 관계 좋다” 강조
진주만 공습은 태평양전쟁 기억 상징 민감한 소재
일본 정상 간 밀월 강조하지만 트럼프 일방주의에 복잡한 속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7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 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에게 “진주만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지난 6월7일 미국 워싱턴에서 미-일 정상회담 뒤 열린 기자회견 때 하늘을 바라보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28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당시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에게 “진주만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워싱턴/신화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에게 “진주만을 잊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는 미국 언론 보도가 일본에서 파문을 일으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과 친밀한 관계를 쌓아 우호적 대일 정책을 끌어내려던 아베 총리의 전략이 들어맞지 않고 되레 구박만 받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고노 다로 외상은 29일 도쿄에서 한 강연에서 “(미-일 정상의) 사이가 좋다. 외교는 인간관계가 중요하다. (그동안 두 정상이) 26차례 전화회담을 했고, 길 때는 1시간 이상씩 통화한다”고 말했다. <워싱턴 포스트>가 트럼프 대통령이 6월7일 백악관 정상회담 때 아베 총리에게 일본이 태평양전쟁의 문을 열어젖힌 1941년 12월7일(일본 날짜 12월8일)의 진주만 공습을 거론했다고 전날 보도한 것을 의식한 발언이다.

1941년 12월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 중 일본군의 공습을 받은 미군 전함 애리조나호가 화염에 휩싸여 가라앉고 있다.
1941년 12월 하와이 진주만에 정박 중 일본군의 공습을 받은 미군 전함 애리조나호가 화염에 휩싸여 가라앉고 있다.
일본 정부 대변인 역할을 하는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진주만 발언’ 보도에 대해 “그런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스가 장관은 민감한 외교·안보 사안에 사실과 다른 답변을 한 적이 많아, 일본을 뒤흔든 ‘충격 발언’에 시치미를 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워싱턴 포스트> 보도가 눈길을 끄는 것은 미-일 관계가 반석 위에 있다고 강조하는 일본 정부 주장과 달리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제일주의’로 인해 아시아-태평양에서 미국의 가장 중요한 동맹인 일본 정부 역시 적잖은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을 생생히 전하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전임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군사 면에선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통해 미-일 동맹을 강화했고, 경제·무역에선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직후인 지난해 1월23일 티피피에서 이탈했고, 일본이 꺼리는 양자 무역 협상 개시를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11월 트럼프 대통령 방일 때 역대 최대 규모 경비 인력인 2만1000명을 동원하고 세계 랭킹 4위 골프 선수 마쓰야마 히데키를 불러 라운딩을 하는 등 융숭한 대접을 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기자회견에서 대놓고 “일본은 대량으로 (미국산) 군사장비를 사는 게 바람직하다. 미국은 세계 최강의 군사장비를 보유하고 있다”며 미국산 무기 구매를 요구했다. 일본은 지난 3월 말 미국이 철강·알루미늄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을 때도 다른 미국의 동맹국들과는 달리 맞대응하지 못했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진주만 발언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과 개인적인 관계 형성에 큰 투자를 하며 그에게 3800달러짜리 금 도금 골프채까지 선물한 아베 총리에게 매우 실망스런 변화”라고 지적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의 경제 정책과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언급하는 맥락에서 진주만을 꺼내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개정 협상을 끝내고 미-중 무역 전쟁도 정리한다면 다음 목표물로 일본을 겨냥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노 외상도 이를 인식한듯 “(양국 정상의) 사이는 좋지만 (무역 교섭과는) 관계가 없다”며 “미국이 일본 철강 제품에 높은 관세율을 매긴 것은 (친밀한 관계와는) 다른 얘기”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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