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상에게 보낸 “가죽 선물로 보낸다” 편지 새로 발굴
도요토미 “보약 호랑이 고기 소금에 절여 보내라” 명령에
왜장들 경쟁적으로 조선 호랑이 사냥 상황 보여줘
가토 기요마사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당시 왜군 장수들은 조선의 호랑이를 경쟁적으로 죽였다. 대표적인 인물이 고니시 유키나가와 함께 조선 침략 선봉에 섰던 가토 기요마사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는 보약으로 먹겠다며 장수들에게 조선 호랑이 고기를 소금에 절여서 보내라고 명령했고, 실제로 가토는 명령에 따랐다. 임진왜란의 슬픈 역사 한 장면인 가토의 호랑이 사냥을 증언하는 새로운 자료가 일본에서 나왔다.
<마이니치신문>은 가토의 조선 호랑이 사냥을 시사하는 내용이 적힌 편지가 새로 발굴됐다고 2일 전했다. 이 편지는 가토가 다이묘(19세기 말까지 일본 각 지방에서 권력을 행사했던 봉건영주들)에게 돈을 빌려줄 정도의 재력이 있던 한 상인에게 보낸 것으로 “호랑이 가죽 1개와 큰 그릇 10개를 선물로 보낸다”는 내용이 적혀있다. 편지를 보낸 시기는 정유재란 이후 17세기 초반으로 추정된다. 상인의 자손이 대대로 내려오는 문서 70점을 최근 교토부에 기증했고, 교토문화박물관의 니시야마 쓰요시 학예원이 문서 내용을 조사하는 중에 이런 내용이 밝혀졌다. 구마모토현립미술관 야마다 다카시 학예원은 이 신문에 가토가 상인에게 호랑이 가죽을 보낸 것에 대해서 “가토의 호랑이 사냥이 도요토미 정권 내에서 꽤 알려져서, (가토와) 가까운 사람들 귀에도 들어간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에서 호랑이뿐만 아니라 수많은 조선인을 죽였던 가토는 정유재란 뒤 일본으로 돌아갔다. 도요토미 사후 벌어진 세키가하라 전투에서 도쿠가와 이에야스 편에 섰다. 이 때문에 도쿠가와 막부가 들어선 뒤에도 구마모토번의 다이묘가 되었다. 다만 도쿠가와 막부가 아들인 다다히로의 영지를 몰수하면서, 가토 가문의 구마모토 지배는 2대로 끝났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