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21호 제비가 일본에 상륙한 4일 남부 고치현 아키시에 거대한 파도가 일고 있다. 아키/로이터 연합뉴스
최대 순간 풍속이 초속 60m에 이르는 태풍 21호 ‘제비’가 4일 일본에 상륙해 68만명 이상에게 피난권고·피난지시가 내려졌다. 오사카의 관문인 간사이국제공항은 폐쇄됐으며 외부와 연결 통로도 막혀 공항 내 사람들 약 3000명이 고립 상태다.
제비는 4일 정오 남부 도쿠시마에 상륙해 일본 중부를 관통한 뒤 서부 해안가를 따라 북상 중이며, 이 태풍으로 최소 8명이 숨지고 348명 이상이 다쳤다.
한국인들도 많이 이용하는 오사카의 관문 간사이국제공항에서는 3500m 활주로와 활주로에 접한 주기장이 침수됐다. 이때문에 일부 여객기 엔진에 물이 들어갔다.
강력한 태풍 제비가 몰고 온 강풍에 떠밀려온 유조선이 간사이 공항을 잇는 다리에 부딪혀 있다. 이즈미사노/로이터 연합뉴스
이날 오후에는 간사이국제공항과 연안 지역인 이즈미사노시를 연결하는 ‘간사이공항연락교’가 강풍에 떠밀린 유조선과 충돌해 파손됐다. 간사이공항은 인공 섬에 만든 공항이라 다리가 파손되면 육지로의 이동 수단이 없다. 이날 오후 길이 89m의 2591t급 유조선이 간사이공항 시설물에 기름을 공급한 뒤 정박하고 있었는데, 강풍에 휩쓸려 20m가량 떠밀려와서 다리와 부딪혔다. 간사이공항연락교는 2층은 자동차용이고 1층은 철도용이다. 사고 당시 태풍의 영향으로 자동차와 철도는 운행하지 않고 있었다. 공항 일부는 정전 여파로 에어컨이 가동되지 않는 상태이고, 공항에 발이 묶인 사람들이 공항 내 편의점에서 식료품을 사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한국인 승객도 최소 50명이 간사이공항에 발이 묶였다고 오사카 한국 총영사관이 밝혔다.
제비의 영향으로 간사이 지방을 중심으로 오후 1시반까지 700편 넘는 비행기가 결항됐다. 일본에서 한국으로 향하는 여러 비행편도 결항됐다. 결항 사태는 5일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큐백화점과 한신백화점 등 간사이 지방 주요 백화점도 임시 휴업에 들어갔다,
제비는 사망자·행방불명자 48명이 나온 1993년 태풍 13호 이후 일본에 상륙한 태풍들 중 풍속 기준으로 최대다. 태풍 중심에서 남동쪽 190㎞ 이내와 북서쪽 25㎞ 이내에선 초속 25m의 강풍이 불고 있다. 초속 15~28.9m의 바람이 불면 나무 줄기가 흔들리고 초속 29m 이상에선 건물이 부서질 수 있다. 일본 정부는 외출을 자제하고 높은 파도가 이는 해안가로 접근하지 말 것을 당부했다. 오사카 곳곳에서 나무가 부러지고 간판이 떨어지고, 160만가구가 정전됐다. 전신주가 부러진도 곳도 있었다.
태풍이 상륙한 이날 정오 고치현과 도쿠시마현에서 초속 50m가 넘는 순간 풍속이 관측됐다. 폭우도 이어지고 있다. 도쿠시마현 가미카쓰초에선 정오까지 1시간 동안 83㎜에 이르는 비가 내렸다. 일본 정부는 오전 11시 효고현·히로시마현·도쿠시마현 등 10개 광역자치단체 66만7000여명에게 피난권고, 오사카부·가가와현 등 5개 광역자치단체의 1만6000명에겐 피난지시를 내렸다.
도쿄와 오사카를 연결하는 신칸센도 운행 중지 상태가 이어지고 있다. 도쿄에서도 강풍이 불어 주택 지붕이 날아가기도 했다. 5일에는 도쿄 등 간토 지방에서도 최고 풍속 초속 35m 강풍이 예상되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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