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풍 ‘제비’ 피해로 일본 간사이공항 곳곳이 5일 여전히 침수되어 있는 상태를 항공에서 촬영한 모습. 교도 연합뉴스
태풍 21호‘ 제비’ 피해로 일본 간사이국제공항에 고립된 채 하룻밤을 보낸 이용객 3000명에 대한 이송 작업이 5일 아침 시작됐다.
일본 제2의 도시 오사카의 관문인 간사이공항을 운영하는 ‘간사이 에어포트’는 이날 아침 6시 반께부터 고속선을 이용해 고베공항으로 승객들을 이송하고 있다. 간사이공항은 4일 오후 태풍 제비로 활주로 1곳과 주기장, 여객터미널 일부가 침수돼 폐쇄됐다. 인공 섬 위에 만든 공항과 육지를 연결하는 다리인 ‘간사이공항연락교’에 강풍에 떠밀린 유조선이 충돌하는 사태까지 벌어져, 공항 안에 있던 이용객 3000명과 직원 등 2000명이 고립된 상태로 하룻밤을 보냈다. 오태규 오사카 한국총영사는 “간사이공항에 있던 한국인 승객은 50여명 정도였다. 공항 밖으로 이송이 5일 중에는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인 인명 피해는 접수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오전 9시부터는 간사이공항연락교 북쪽 자동차 도로를 이용해 고립됐던 이들을 버스로 육지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간사이공항연락교의 자동차 도로는 한쪽이 교각을 들이받은 유조선 때문에 파손됐으나 일부는 통행이 가능한 상태로 확인됐다. 간사이공항에서는 공항에 고립됐던 사람들이 공항 밖으로 나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길게 줄을 섰다. 그러나 곳곳에서 침수가 발생한 간사이공항은 5일에도 안전 확인 문제로 폐쇄 상태가 이어지고 있으며, 항공편 162편이 결항됐다. 한국에서 간사이공항으로 가는 비행기도 5일 공항 폐쇄 여파로 결항됐다.
일본 효고현 니시노미야의 방파제를 들이받은 선박이 5일 거의 두 동강이 난 채 방치돼 있다. EPA 연합뉴스
공항에 고립됐던 이용객들은 더위를 참아가며 불안 속에 밤을 지새워야 했다. 공항 일부 지역에서 정전 때문에 에어컨이 작동되지 않고 휴대전화도 연결되지 않는 곳이 있었다. 친구와 함께 싱가포르로 출국할 예정이었던 27살 여성은 <엔에이치케이>(NHK) 방송에 “에어컨도 잘 작동되지 않아서 힘들었는데 (공항에서) 나오게 돼서 이제 안심이 된다. 공항 안에서 안내가 거의 없고 (휴대전화) 전파 연결 상태도 좋지 않아 불만이었다”고 말했다.
25년 만에 가장 강력한 기세로 일본열도에 상륙한 태풍 ‘제비’로 인한 일본의 인명 피해는 사망 11명, 부상 600명인 것으로 5일 오전 현재 집계됐다. 오사카부에서만 8명이 숨졌다. 오사카 등 간사이 지방 곳곳에서 강풍에 자동차가 나뒹굴어 찌그러지고 간판이 뜯겨나갔다. 전신주가 부러지기도 했다. 오사카부와 효고현, 나라현, 시가현, 후쿠이현, 미에현 등의 100만가구가 5일 오전 8시 기준으로 정전됐다. ‘제비’는 5일 오전 9시 홋카이도 북서부 해안에서 온대저기압으로 바뀌었다. 홋카이도에서도 이날 오전 10시 기준으로 3만7000가구가 정전됐다.
경제적 피해도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오사카의 관문인 간사이공항은 최근 저비용항공사 취항이 늘면서 최근 이용객이 하루 평균 7만8000명까지 늘어났다. 세계 80곳 이상 도시를 연결하고 있다. 간사이공항은 주요 수출 거점이라 지난해 이곳을 통한 수출액은 5조6000억엔에 이른다. 간사이공항은 침수 피해가 상당한 데다가 육지와 연결 통로인 다리도 크게 파손돼 운영이 재개될 때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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