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과의 무역 협상 시작했다.
합의 안 되면 일본에 큰 문제”
중국에 이어 일본 압박 본격화
중국산 전체 고율관세 부과 위협도
지난해 1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 도쿄의 철판구이집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고기를 좋아하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해서 아베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 방일 당시 철판구이집에서 저녁을 대접했다.
중국과 무역 전쟁을 벌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창끝을 일본으로도 돌리고 있다. 동맹과 적을 가리지 않는 막무가내 태도를 지켜본 일본으로서는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 대통령 전용기에서 “우리는 그것을 시작했다”, “사실은 지난주에 일본이 우리를 불렀다”며 일본과의 무역 협상 개시를 알렸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이로 미뤄 미-일은 트럼프 대통령이 요구해온 자유무역협정(FTA)이나 미국의 무역 역조 문제에 대한 논의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일본과 거래를 성사시키지 못하면 큰 문제라는 것을 일본은 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중국, 멕시코, 캐나다, 유럽연합(EU)을 향하던 칼끝이 이제 일본도 겨눈다고 선언한 셈이다. 그는 “내가 (일본과 무역 협상을) 하지 않은 것은 중국 문제 때문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와 협상하지 않으려 했다. 보복이 없을 것이라고 느꼈기 때문이다. 내 경우는 반대라는 것을 일본도 느끼고 있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큰 문제’나 ‘보복’ 등의 위협적 표현까지 쓴 것을 보면 대일 압박이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미국의 압력에 따른 동요를 감추고 있지만 답답한 입장에 놓였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미국과의 무역에서 3756억달러(약 422조원)의 흑자를 본 중국과는 이미 관세 전쟁을 치르고 있다. 두 번째로 많은 흑자(710억달러)를 본 멕시코와는 자유무역협정 개정에 합의했다. 이제 세 번째로 많은 흑자(689억달러)를 낸 일본 차례가 됐다. <월스트리트 저널> 칼럼니스트 제임스 프리먼은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과의 전화통화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의 친밀한 관계를 강조한 뒤 “그들이 얼마나 많이 지불해야 할지 내가 말하는 순간 (좋은 관계는) 끝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미국은 자동차와 농업 분야에서 양보를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2.5%인 수입차 관세율을 25%까지 올릴 수 있다며 대미 자동차 수출국들을 위협하고 있다. 일본의 대미 자동차 수출액은 지난해 약 4조5600억엔으로 전체 대미 수출의 약 30%를 차지한다. 일본은 미국이 자동차 고율 관세를 지렛대로 자유무역협정 협상 개시를 압박할 것을 우려한다. 일본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 때 다자 무역 체제인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미국을 끌어들였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여기에서 탈퇴한 뒤 양자 무역협정 개시를 요구하며 ‘각개 격파’ 의지를 보여왔다. 양국은 이달 말 미국에서 열릴 정상회담에 앞서 각료급 통상 문제 회의를 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중국산 제품 전부에 고율 관세를 매길 수 있다고 위협했다. 그는 2000억달러어치에 곧 25%의 관세를 매길 방침이라면서 “짧은 공지 후 2670억달러어치에 대해 (고율 관세를) 부과할 준비가 돼있다”고 했다. 미국은 이미 중국 제품 500억달러어치에 고율 관세를 발효시킨 상태다. 조만간 고율 관세를 매긴다는 2000억달러어치에 다시 2670억달러어치를 더한다면 지난해 중국의 전체 대미 수출액(5050억달러) 이상이 된다. 그는 또 8일 미-중 무역 전쟁으로 애플이 자사 제품 가격이 오를 것을 우려한 데 대해 “중국 대신 미국에서 만들어라. 지금 당장 공장을 건설하라”고 요구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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