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일본 도쿄 자민당 본부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이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내게 마지막 총재 선거다.”(아베 신조 총리)
“정부는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 (이시바 시게루 전 자민당 간사장)
일본 집권 자민당의 새 총재를 뽑는 선거전이 10일 시작됐다. 이날 도쿄 자민당 본부에선 3선에 도전하며 역대 최장수 총리를 꿈꾸는 아베 총리와 이에 맞서는 이시바 전 간사장의 정견 발표와 공동 기자회견이 진행됐다. 자민당이 중의원의 다수(465석 중 자민·공명 연립 여당 312석)를 점하기 때문에 자민당 총재는 자동으로 총리가 된다.
20일 투표의 승패는 보나마나다. 총재 선거는 의원 투표(405표)와 당원·당우 투표(405표)를 합쳐 승자를 정한다. 최근 <교도통신> 여론조사를 보면, 아베 총리는 의원 투표의 80% 이상, 당원 투표에서도 60% 이상을 획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베 총리는 실책을 최대한 줄이려는 모습을 보였다. 평화헌법 개정안을 가을 임시국회에 제출할 것인지에 대한 질문에 “당 대표로서 목표를 제시한 것이다. 지시가 아니다”라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5년9개월의 장기 집권에 대한 피로감을 의식한듯 “마지막 총재 도전”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자민당 총재 임기는 원래 2회에 걸쳐 6년까지였지만 지난해 당규를 고쳐 3회 9년까지로 늘렸다.
낙승을 예상하는 아베 총리는 굳이 힘을 뺄 필요가 없다는 투다. 이시바 전 간사장이 토론회를 더 많이 하자고 주장했지만 받아들이지 않았다. 아베 총리가 이날 오후 동방경제포럼 참석차 러시아로 출국하면서, 일대일 토론회는 14일 오전과 오후 두 차례에 그칠 전망이다. 홋카이도 강진도 그에게 더 유리한 구도를 만들었다. 총재 선거는 지난 7일 공식 시작됐지만 지진 때문에 양 진영이 사흘간 선거운동을 자제해야 했다.
이시바 전 간사장은 지방 당원·당우 표에 그나마 희망을 건다. 그는 “지방과 중소기업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또 정부의 신뢰를 회복해야 개혁 속도를 높일 수 있다며 아베 총리의 사학 스캔들을 겨냥했다. 그는 평화헌법은 아예 크게 고쳐 자위대의 존립 근거를 헌법에 더 확실히 담자는 입장이다. 그러나 서두를 일은 아니라며 아베 총리와 개헌 속도를 놓고 다른 목소리를 낸다.
패배가 확실해 보이는 이시바 전 간사장이지만 선전한다면 차기를 노릴 수 있다. 1970년 현직 총리 사토 에이사쿠에 맞서 출마한 미키 다케오 의원이 그런 예다. 24% 득표로 의외로 선전한 미키 의원은 1974년 총리가 됐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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