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아베 신조(왼쪽) 일본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오른쪽) 러시아 대통령이 공동 기자회견장에서 서로를 바라보고 있다. 블라디보스토크/EPA 연합뉴스
블리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각 대장’으로 유명하다. 푸틴 대통령이 제 버릇을 못 버리는 통에 러-일 정상회담이 예정보다 2시간30분 늦게 열렸다고 <교도통신>이 11일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10일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및 동방경제포럼 참석을 위해 오전부터 바쁜 일정을 소화했다. 오전 9시41분부터 12시1분까지 자민당 총재 선거 대책본부 출진식과 총재 선거 정견 발표 및 기자회견을 마치고 1시간 뒤 비행기에 올랐다.
그러나 손님을 맞아야 하는 개최국 정상인 푸틴 대통령은 이날 늦게나 포럼이 열리는 블라디보스토크에 도착했다. 도착 뒤에도 극동 지역 주지사들과 만나느라 아베 총리를 기다리게 했다. 푸틴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일본 마쓰다와 러시아 솔러스가 합작해 만든 자동차 엔진 공장 시찰이 끝난 뒤 정상회담을 시작했다. 회담 시작이 예정보다 2시간30분이나 늦어진 뒤였다.
푸틴 대통령은 2016년 12월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예정보다 3시간이나 늦게 일본에 도착했다. 2014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의 회담 때는 4시간15분 지각했다. 지난해 7월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때도 35분 지각했다. 맞불을 놓듯 트럼프 대통령은 푸틴 대통령보다 20분 늦게 모습을 나타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회담 때도 34분 늦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푸틴 대통령과 22번째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일본과 러시아는 (2차대전) 이후 70년이 지난 지금도 평화조약이 체결되지 않고 있다. 이런 이상한 상황을 나와 푸틴 대통령 손으로 끝내겠다”고 말했다. 일본은 서로 영유권을 주장하는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 때문에 1956년 2월 미-소 공동선언을 통해 국교만 회복한 상태다. 당시 일본과 소련은 공동선언 제9조에 양국이 평화조약을 체결하고, 2차대전 말 소련이 점령한 4개 섬 중 하보마이와 시코탄을 일본에 넘겨준다는 데 합의했다. 그러나 이후 일본이 4개 섬 일괄 반환을 요구하며 평화조약 체결 문제는 60년 넘게 진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영토 문제는 금방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러-일은 쿠릴열도 남단 4개 섬에서 양국이 추진하는 경제 협력 방안에 대한 구체 안이 담긴 ‘5개 항목 로드맵’에 합의하는 데 그쳤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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