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일본대사관 앞에 있는 평화의 소녀상. <한겨레> 자료 사진
유네스코가 세계기록유산 제도 변경을 위한 태스크포스(TF)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일본 언론 보도가 나왔다.
<산케이신문>은 13일 유네스코가 올해 안에 세계기록유산 심사 제도를 변경하는 구체안을 만드는 태스크포스를 설치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태스크포스는 세계기록유산 심사 및 등록 방식을 재검토해 내년 5월께 권고안을 마련할 예정이다. 권고안이 내년 10월 유네스코 집행위원회에서 승인을 받으면 2020년부터 적용된다.
현재는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의 실질적인 심사는 국제자문위원회(IAC)가 맡고 유네스코 사무총장은 그 결과를 승인하는 간접적인 역할만 맡았다. 국제자문위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 선발하는 기록유산 보존 분야 전문가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일본이 이 제도에 반발하기 시작한 것은 일본군이 저지른 중국 난장대학살 관련 자료가 지난 2015년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되면서부터다. 일본은 세계기록유산제도가 정치적으로 이용당하고 심사 자체도 기록유산 보존 전문가들만이 밀실에서 하는 심사라며 반발했다. 이에 더해 2016년 한-중-일 등 8개국 14개 단체로 구성된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MOW) 공동등재를 위한 국제연대위원회가 ‘일본군 위안부의 목소리’라는 이름으로 관련 기록물 2744건을 등재 신청한 뒤 일본의 조바심은 커졌다. 일본은 이 기록물의 등재를 막기 위해 유네스코 분담금 지급을 보류했다. 미국이 2011년 팔레스타인이 유네스코에 가입했다는 이유로 분담금을 내지 않아 현재는 일본이 최대 분담국이다.
유네스코는 결국 지난해 10월 열린 집행위원회에서 “세계기록유산 심사 과정에서 투명성을 높일 절차를 도입하겠다”며 기존 제도 변경을 추진하기로 결정했다. 또, 위안부 피해자 자료 등재도 보류했다. 일정 부분 원하는 결과를 얻은 일본은 지난해 말 분담금 지급을 결정했다. 유네스코는 제도 변경 전까지 세계기록유산 신청을 받지 않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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