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뉴욕/신화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유엔총회 연설에서 1년 전과는 다르게 북한과의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25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한 연설에서 “납치(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다”며 북-일 정상회담에 대한 의지도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9월20일 유엔총회 연설에서는 북한이 과거 비핵화 교섭 과정에서 관련국들을 배신해왔다며 “필요한 것은 대화가 아니라 압력뿐”이라고 강조했다. 1년 만에 태도가 180도 바뀐 이유는 지난 6월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담에 이어 최근 3차 남-북 정상회담으로 한반도 비핵화 논의가 진전되고 있기 때문이다.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지난해와 달리 “압력”이라는 단어는 사용하지 않았다. 지난해 연설에서 대북 압력 강화를 호소하는 내용이 전체의 80%가량이었지만, 올해 연설에서 북한 관련 내용은 10% 남짓에 불과했다.
아베 총리는 “지난해 이 장소에서 납치·핵·미사일 해결을 북한에 강하게 촉구하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의 완전한 이행을 호소한 저는 북한의 변화에 최대한의 관심을 품고 있다”며 “지금 북한은 역사적 호기를 붙잡을 수 있을까 아닐까 하는 갈림길에 섰다”고 말했다. 또한 “납치,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을 위해 불행한 과거를 청산하고 국교 정상화를 지향하는 일본의 방침은 변함이 없다. 북한이 가진 잠재력이 발휘되도록 도움을 아끼지 않겠다”고도 말했다. “모든 납치 피해자의 귀국을 실현하겠다”며 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이 북-일 정상회담 전제 조건이라는 기존 방침을 강조했다.
아베 총리는 유엔총회 연설에 앞서 한 문재인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도 “북한과는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김 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아베 총리는 “문 대통령의 강한 리더십에 대해서 경의를 표한다. 남북 정상회담에서 납치 문제를 포함한 북-일 정상회담에 대해서 언급해준 점에 대해 감사를 표한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 비핵화를 향한 구체적 성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일본도 협력을 아끼지 않겠다. 북한의 비핵화를 향한 의미가 있는 행동을 끌어내기 위해서 제재 유지가 필요하며, 계속해서 한국과 연대하고 싶다”고도 말했다.
한편 아베 총리는 이번 연설에서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데 연설 주요 부분을 할애했다. 보호무역주의적 정책을 취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통상 압력을 의식한 내용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일본 국민은 자국 지도자가 자유무역 기수로 서주기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며 “동아시아에 거대 자유무역권을 낳을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교섭에 전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일본이 미국에 한 직접투자는 영국 다음으로 많다. 일본이 미국에 수출하는 자동차는 174만대이지만, 미국 국내에서 생산하는 일본 차는 377만대”라며 “윈윈 하는 관계를 일-미가 계속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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