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노 다로 일본 외무상이 27일 미국 뉴욕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회담했다.
유엔 총회 참석차 미국을 방문 중인 고노 외상은 이날 일본 기자단에 리 외상과 20분 정도 회담했다고 밝혔다. 다만 회담 내용에 대해서는 “전혀 이야기하지 않을 생각”이라며 구체적 언급을 피했다. 그렇지만 회담이 이뤄진 전후 사정을 생각해 볼 대 북-일 정상회담 개최에 대한 의사소통이 이뤄졌을 가능성이 크다.
앞선 26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유엔 총회 연설에서 “납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북한과 상호 불신의 껍데기를 깨고 새로운 시작을 하겠다”며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직접 마주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고노 외상은 이런 아베 총리의 뜻을 북한에 직접 전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정부는 6월12일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이후 북한과의 접촉을 대내외적으로 공개하며 북-일 정상회담의 가능성을 언급해 왔다. 그렇지만, 지난 3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형이 북-미 정상회담에 응한다는 뜻을 밝히기 전만 해도 “대화를 위한 대화는 필요 없다” “북한의 미소 외교에 넘어가면 안 된다”는 강경한 입장을 유지했었다.
이후 고노 외상은 지난달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때 리 외상에게 즉석에서 다가가 북-일 정상회담를 개최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당시 고노 외상은 리 외상과 나눈 대화 내용을 일부 공개했지만, 북한에선 “일본, 한국과 접촉했을 뿐”이란 반응에 그쳤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27일 오전 정례 기자회견에서 뉴욕 회담에 대해서 “회담 내용을 상세히 이야기하는 것은 피하고 싶지만, 의자에 앉은 채 제대로 한 회담이었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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