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일본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압박에 버티지 못하고 미-일 양자 무역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6일 미국 뉴욕에서 정상회담을 한 뒤 기자회견을 열어 미-일 상품무역협정(TAG·Trade Agreement on Goods) 체결을 위한 협상을 개시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상품무역협정이란 한-미가 맺은 자유무역협정(FTA)과 달리 서비스를 제외한 상품(공산품과 농산물)만을 대상으로 하는 협정을 뜻한다. 양국은 공동성명에서 “미-일 정부는 필요한 국내 절차를 끝낸 뒤 상품무역협정과 서비스를 포함한 다른 중요한 분야에서 조기에 결과를 낳을 수 있도록 교섭을 개시한다”고 밝혔다.
일본은 버락 오바마 전임 미국 행정부와 함께 12개국이 참여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체결한 바 있다. 그러나 ‘미국 제일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대통령은 2017년 1월 취임 직후 티피피 탈퇴를 선언하고, 이후 일본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문제 삼으며 양자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요구해왔다. <워싱턴 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아베 총리에게 진주만을 잊지 않았다는 말까지 하며 일본에 통상 압박을 가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현재 미-일은 ‘자유롭고, 공정하고, 상호적’(FFR)이라는 이름의 대화 틀을 통해 무역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상품무역협정 체결을 위한 협상도 이 틀을 토대로 진행될 전망이다. 일본은 그동안 양자 무역협정을 추진하면 미국의 협상력에 밀려 불리한 협정을 맺을 수밖에 없다며 다자 협상을 선호해 왔다.
일본 정부는 미국과의 전면적 자유무역협정은 회피했고, 협상 중엔 미국의 추가적인 보복관세가 없을 것이라며 여론 달래기에 부심하고 있다. 실제, 이날 공개된 공동성명에는 “양국 간 신뢰에 의거해 논의를 하는 사이엔 공동성명 정신에 반하는 행동을 취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이 언급이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5월 말 검토를 지시한 수입 자동차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 대상에서 일본산을 제외하겠다는 것인지는 분명치 않다.
아베 총리는 “미-일 상품무역협정은 일본이 그동안 맺어온 자유무역협정과는 다르다”고 강조했고,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27일 기자회견에서 “현재 교섭 중인 협정은 어디까지나 상품에 한정된다. 포괄적 자유무역협정이라고 말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언론에선 각종 분야에서 관세를 인하하면 결국 상품무역협정도 자유무역협정에 가까워진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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