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리버럴 언론의 등불이 꺼지게 해서는 안 된다. ‘지키고 싶다’ ‘도와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1991년 8월 일본군 ‘위안부’ 증언자 고 김학순 할머니 기사를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가톨릭대 초빙교수)가 일본의 대표적 진보 잡지 <슈칸 긴요비>(주간 금요일) 사장으로 취임한다. <슈칸 긴요비>는 26일 기타무라 하지메 사장이 임기 만료로 물러나고, 우에무라 교수가 차기 사장으로 취임한다고 발표했다.
우에무라 교수는 현재 한국에서 가톨릭대 초빙교수로 강단에 서고 있어, 한국과 일본 두 나라를 오가며 사장직을 수행해야 한다. 그는 27일 전화 인터뷰에서 “주 초반에는 한국에서 강의를 하고 주 후반에 일본에 건너가서 업무를 볼 예정”이라고 했다. 빡빡한 일정에도 사장 취임을 승낙한 이유는 <슈칸 긴요비>가 일본 언론 중에는 드물게 용기 있는 보도를 해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2014년 삿포로시 호쿠세이학원대학에 비상근 강사로 근무하고 있을 때 우익들로부터 테러에 가까운 공격을 당했다. 1991년 김학순 할머니 증언 보도가 이유였다. 우에무라 교수는 “(내가 공격을 당할 때) <한겨레>와 <뉴욕타임스> 같은 외신들이 나의 이야기를 보도했지만, 일본 대다수 언론은 다루지 않았다. 일본 언론 가운데 <슈칸 긴요비> 만이 착실히 보도해주었고 특별판까지 냈다. <슈칸 긴요비> 보도로 큰 용기를 얻었다”고 말했다.
진보잡지 ‘슈칸 긴요비’ 사장 취임
한국 가톨릭대 강의와 병행하기로
91년 김학순 할머니 증언 첫 보도
“우익 탄압 때 용기 준 일본 매체
재정 위기 타개 위해 적극 나설 것”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반대”
<슈칸 긴요비>는 최신호에서도 아베 신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평화헌법 개정 움직임을 비판하는 기사를 냈다. 하지만 전반적인 출판·잡지 시장 불황으로 경영은 어렵다. <슈칸 긴요비>는 대기업 광고에 의지하지 않는 주간지다. <슈칸 긴요비>는 지난달 낸 잡지에서 “당사의 경영상태는 이제까지 없던 단계에 접어들었다. 이런 상태가 계속되면 폐간도 검토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우에무라 교수는 “<슈칸 긴요비>를 지원하기 위해 사장으로서 부수 확장과 홍보를 많이 할 생각이다. 칼럼도 쓸 예정이다”고 말했다.
우에무라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보도 관련 투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우에무라 교수가 니시오카 쓰토무 전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를 상대로 낸 명예훼손 소송이 진행 중이다. 니시오카 전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는 2014년 <슈칸분>(주간문춘)에 우에무라 교수의 위안부 피해자 증언 보도와 관련해서 “날조 기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말했다. 우에무라 교수는 “최근 재판에서 니시오카 전 교수야말로 날조를 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지난 5일 도쿄지방재판소에서 열린 심문에서 니시오카 전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는 자신의 책에 <한겨레> 보도 내용을 인용하면서 기사에 있지 않은 내용을 덧붙인 사실을 시인했다. 니시오카 전 도쿄기독교대학 교수는 김학순 할머니가 ‘나는 40엔에 팔려서 기생 수업을 받다가 일본 군대가 있는 곳으로 갔다’고 증언했다고 <한겨레신문>이 보도했다고 자신의 책에 적었다. 그러나 이는 신문 기사 원문에 존재하지 않은 구절이었다. 니시오카 전 교수도 잘못을 인정했다고 <슈칸 긴요비>는 전했다.
우에무라 교수는 한-일 위안부 합의와 관련해서는 “문재인 정부가 파기는 하지 않았지만 사실상 합의를 멈춘 것으로 본다. 나는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를 반대하는 입장이다. 고노 담화를 확실히 지키려는 노력을 일본 정부는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한겨레 자료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