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
“내가 연구를 했던 때는 일본의 과학기술 연구비가 증가했던 시기였다. 연구에 대한 지속적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면역항암제 ‘옵디보’ 개발에 획기적 기여를 한 공로로 전날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혼조 다스쿠(76) 교토대 특별교수는 2일 기자회견에서 “난 운이 좋은 삶을 살아왔다”며 40년이 넘는 자신의 파란만장한 연구 인생을 회상했다. 그는 노벨상급 연구 성과를 낼 수 있었던 것은 “국가가 기초연구를 체계적, 장기적으로 지원해 젊은이들이 연구에 인생을 걸 수” 있도록 해준 연구 환경 덕이라고 했다. 혼조 교수는 이날치 <니혼게이자이신문> 인터뷰에선 젊은 연구자들이 안정적으로 기초연구를 할 수 있도록 교토대에 기금을 만들어 노벨상 상금을 기탁하고 싶다는 뜻도 밝혔다.
일본 문부과학성은 2016년 <과학기술백서>에서 그때까지 일본이 배출한 25명의 노벨상 수상자에게 발견되는 공통점으로 △신진 연구자 때부터 차분히 연구할 수 있는 (안정적) 자리가 있었고 △(연구 환경이 양호한) 국립대에서 경력을 시작할 수 있었고 △유학 또는 연구 활동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에 접근할 수 있었고 △정부로부터 꾸준한 연구비 지원을 받은 점을 꼽았다.
흥미로운 점은 지난해까지 배출된 자연과학 분야 수상자 22명 가운데 3명(미국 박사)을 제외하고 모두 ‘국내 박사’라는 점이다. 출신 대학도 나고야대, 도쿄대, 교토대, 홋카이도대, 오사카대, 도쿠시마대 등 골고루 퍼져있다. 엘리트 코스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이 좋아하는 연구에 몰두한 지방 대학의 ‘잡초’들이 노벨상급 연구 성과를 많이 낸다는 분석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최근 일본 기초과학의 영광이 곧 사그라들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최근 노벨상을 무더기로 수상하는 연구는 일본 경제가 급성장하던 1970~90년대의 성과들이다. 당시 연구가 수십년에 걸친 과학계의 검증을 이겨내고 최근 열매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일본 정부의 지난해 보고서를 보면, 과학 논문 발표 건수(주요 10개국만 비교)는 2003~2005년 미국(26.1%)에 이어 2위(8%)였지만, 2013~2015년엔 중국과 독일에 뒤져 4위(4.3%)로 주저앉았다. 또 국립대에 투입되는 국가의 연구지원비가 해마다 줄고 있다. 그로 인해 국립대 이학부장(한국의 자연과학대 학장)들은 2016년 “‘도움이 되는’ (실용적) 연구를 추진한다는 요구로 인해 호기심을 기반으로 한 기초연구가 위축되고 있다”는 성명을 냈다. 일본 언론들은 기초과학 홀대가 이어지면 일본의 노벨상 수상자 명맥이 곧 끊길 것이란 우려를 내놓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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