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사학법인 특혜 의혹인 ‘가케학원 스캔들’의 실체를 드러내는데 큰 역할을 한 마에카와 기헤이 전 문부과학성 사무차관이 “(일본 정부가) 조선학교를 고교 무상화 대상에서 배제한 조처는 ‘관제 헤이트’(혐오·국가가 나서 사회 내 혐오를 조장하는 행위라는 의미)”라고 비판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13일 도쿄 에다가와에 위치한 도쿄제2초급학교에서 한 강연에서 “고교 무상화 조처가 도입될 당시인 (2010년엔) 조선학교 고등학교 과정도 (무상화) 대상이 되도록 작업을 했지만 (결국) 배제됐다. 그렇지만 다른 외국인학교는 대상에 포함됐다. 이는 법 앞의 평등에 반하는 일”이라고 말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이 총련계 교육기관인 조선학교에서 강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가케학원 스캔들은 아베 총리가 자신의 친구가 이사장으로 있는 학교법인이 수의학부를 신설할 수 있도록 문부성에 압력을 넣었다는 의혹이다. 일본에서 수의학부 신설 허가가 난 것은 52년만의 일이었기 때문에 이 결정을 두고 특혜 의혹이 일었다.
이후 지난해 초 가케학원에 수의학부 신설을 허가하는 것이 ‘총리 관저의 의향’이라고 적힌 문부성 내부 문서가 공개됐다. 아베 정권은 이를 두고 “근거 없는 괴문서”라고 주장했지만, 마에가카와 전 차관이 나서 “담당 부서가 나에게 보여준 (문부성 내부) 문서다. (이 문서를) 간부들이 공유했다”고 폭로해 정권에 타격을 입혔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전임 민주당 정권이 2010년 고교무상화 정책을 도입할 때 문부과학상 관방심의관으로 정책 수립에 참여했었다. 그는 당시 조선학교도 무상화 대상에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민주당 정권은 이를 보류했고, 아베 정권은 2013년 2월 제외 방침을 확정했다. 일본 교육법상 ‘각종학교’로 분류하는 다른 국제학교엔 무상화가 실시되고 있지만 조선학교는 제외돼 있다. 그 때문에 조선학교에 아이들을 보내는 동포 학부모들이 적지 않은 수업료를 납부하고 있다.
마에카와 전 차관은 현재 외국인 학생이 많이 다니는 야간 중학교에서 자원봉사를 하는 중이다. 그는 “저출산 상태인 일본은 이민을 받아들여야 한다. 외국인에게 일본어를 가르치는 것도 필수이지만, 동시에 모국어 교육과 민족 교육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여러 아이덴티티(정체성)을 갖고 있는 사람이 늘어나면 헤이트나 일본지상주의 사고방식이 줄어 사회가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