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상황 의심스러우면 조사 나오라.
지방 조선학교는 교사들 월급도 밀려”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중·고등학교) 신길웅 교장이 25일 도쿄 기타구에 있는 학교 건물 안에서 이야기를 하고 있다. 펼침막은 조선학교 고교 무상화 제외 반대 투쟁을 지원하는 한국 시민단체가 준 것이다.
“고교 무상화 제외는 조선학교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는 것 아니냐.”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중·고등학교) 신길웅 교장은 손해배상 청구 소송 패소 판결이 나온 다음날인 31일 “일본 정부는 북을 공격하고 싶으니까 엉뚱하게 조선학교에 대해 트집을 잡고 있다”며 씁쓸하게 말했다. 전날 도쿄고등재판소는 졸업생 61명이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제외한 것은 위법이니 배상하라며 낸 소송을 기각했다. 이날은 마침 한국 대법원이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를 확정한 날이다.
일본은 민주당 정부 때인 2010년 수업료를 국가가 부담하는 고교 무상화를 시작했지만 ‘북한 문제’를 이유로 조선학교는 대상에서 보류됐다. 함께 ‘각종학교’로 분류하는 국제학교에도 수업료를 지원하지만 조선학교만은 예외였다. 자민당으로 정권이 바뀐 뒤인 2013년 문부과학성은 행정규칙을 고쳐 조선학교를 무상화 대상에서 아예 뺐다. 오사카, 나고야, 히로시마, 후쿠오카에서도 비슷한 소송이 제기됐지만 모두 조선학교 졸업생들이 패소했다. 오사카에서는 지난해 1심에서 졸업생들이 승소했으나, 지난 9월 항소심이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지원금이 수업료로 쓰이는지 확실하지 않다’는 이유를 댔다.
신 교장은 “우리 학교도 문부성에 재정 상황을 보고할 의무가 있고, 하고 있다. 의심스러우면 문부성이 직접 조사하면 된다. 민주당 정권 때인 2010년 실제로 조사를 나왔고, 당시 무상화 적용 대상으로 검토됐다”고 했다.
선고를 앞둔 지난 25일 도쿄 기타구에 있는 학교를 찾았을 때 신 교장은 교내 이곳저곳을 소개했다. “가끔 조선학교 수업 모습을 보고 싶다고 불쑥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는데, 모두 보여준다. 감추는 게 없다”고 말했다.
신 교장은 도쿄 조선학교는 지방에 비하면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학생이 520여명으로 어느 정도 규모가 되니까 박봉이지만 교사들 월급은 밀리지 않을 정도라고 했다. “지방 조선학교들은 월급이 밀리는 경우가 숱하다”고 했다.
25일 도쿄 기타구에 있는 도쿄 조선중고급학교의 모습.
도쿄조선학교 터는 일본 육군 탄약창고가 있던 땅이다. 신 교장은 1945년 재일본조선인연맹 활동가가 지자체와 교섭해 임대한 땅이라고 소개했다. “식민지 시대를 기억하는 일본인들은 그래도 미안한 마음이 있었던 것 같은데 최근엔 아닌 것 같다. 조선학교 무상화 제외는 조선학교를 무언가 손가락질받을 만한 곳으로 취급하는 것이다. 재정 문제도 그렇지만 이런 대우를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조선학교와 북한의 관련성을 문제 삼는 데 대해서는 “조선학교가 처음부터 북과 관련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남이 조선학교를 외면할 때 북이 도움을 줘왔으니 고마운 마음이 있는 것이다. 이런 역사를 알아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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