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이면서 망명정부를 이끄는 달라이 라마가 후계자를 민주적으로 뽑는 방식을 택할 수 있다는 생각을 밝혔다. 티베트인들이 활불로 받드는 달라이 라마는 전임자의 환생으로 지목된 소년이 대를 이어왔는데, 현 달라이 라마 14세가 시대 변화를 수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이다.
이달 중순 일본 방문을 앞둔 달라이 라마는 망명지인 인도 북부 다람살라에서 5일 <아사히신문> 등 일본 언론과 한 인터뷰에서 기존 선출 방식은 “오래된 제도”라고 밝혔다. 그는 “나는 민주주의의 신봉자”라며 “제도를 존속시킬지 아닐지는 티베트인들이 결정할 일”이라고 말했다.
달라이 라마는 “추기경들이 교황을 뽑는 것과 같은 방식도 가능하다”고 했다. 가톨릭 교회에서는 추기경들이 바티칸 시스티나성당에서 콘클라베라는 이름의 절차를 통해 교황을 투표로 뽑는다. 그는 이르면 이달 말 다람살라에서 열리는 고승 회의에서 후계자 선출 방식이 논의될 것이라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는 “수년 전 전립선암 진단을 받았으나 방사선 치료로 완치됐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사히신문>은 건강 문제가 후계자 선정 방식 논의가 시작된 배경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달라이 라마의 발언 배경에는 후계자 선정 방식의 민주성을 부각해 중국을 견제하려는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1951년 티베트를 점령한 중국은 달라이 라마의 ‘정통성 부재’를 티베트 지배의 명목들 중 하나로 꼽는다. 달라이 라마는 불교도가 다수인 미얀마에서 무슬림인 로힝야족이 박해를 받는 것에 대해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과 얘기를 나누고 편지를 보낸 적도 있다고 밝혔다. 수치 국가자문은 그에게 문제 해결의 어려움에 관해서 얘기했지만, 편지에 대해서는 답장이 없었다고 한다. 그는 “‘불교도의 테러’라는 보도를 보고 매우 슬펐다”며 “부처는 이슬람교도를 도와주지 않았겠느냐”라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