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 야마모토 변호사 제공
대법원이 일본 기업은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하라는 판결을 내린 뒤, 일본 정부와 언론들은 한국이 국제법을 위반하고 있으며 감정에만 치우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일본 변호사 100여명은 지난 5일 일본 정부가 대중이 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고 있다는 내용의 성명을 냈다. 일본에서 제기된 여러 강제징용 재판에 변호인으로 참여한 경력이 있으며 이번 성명에 동참한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7일 <한겨레>와 한 이메일 인터뷰에서 “일본 정부는 이번에 특히 선동적”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한국 대법원 판결이 국제법 상식에 반하는 판결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965년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 정부와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이 국제법 상식에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도 한일협정으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는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그 이유를 일본의 전후 처리에서 찾는다. 일본은 1952년 연합국과 맺은 샌프란시스코강화조약 때 ‘전쟁으로 발생한 일본의 청구권’을 포기했는데, 국내 원폭 피폭자들이 일본에서 소송을 내자 청구권 자체는 소멸하지 않았으나 외교적 보호권을 상실했다는 해석을 내놨다. 개인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았다는 주장의 창시자는 일본 정부라고 야마모토 변호사는 지적했다.
야마모토 변호사는 “일본 정부는 이전부터 법정에서나 학회지처럼 전문가를 대상으로 할 때는 ‘한일협정은 외교 보호권 포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해놓고서, 언론이나 일반 대중에게는 ‘한일협정으로 (강제징용 피해는) 해결이 끝났다’고 말해왔다. 이번에도 그런 흐름의 연장선상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정부 주장대로 국제사법재판소(ICJ)에서 이 문제를 다투면 일본이 논리적으로는 패할 확률이 높다는 견해를 나타냈다. 그는 “일본 정부와 법원이 한국과 주장을 달리하는 부분은 (개인 청구권 존재 여부가 아니라) 외국인 피해자는 권리가 있어도 소송에서 권리 행사를 할 수 없게 되었다는 부분”이라며 “그런데 최근 국제인권법 흐름은 우선 국내 재판소에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보장 받지 못했을 경우에는 국제인권재판소 등을 통해서 구제받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한·일 양국이 모두 가입하고 있는 국제인권규약도 재판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며 “일본 최고재판소의 ‘권리는 있어도 청구는 못 한다’는 견해는 이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것이다. 물론 국제 재판은 정치적 역학관계가 작용하기 때문에 일본이 반드시 패한다고는 말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강제징용 피해 해결 방안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판결이 확정된 이상 피고인 신일철주금은 배상금을 지급해야만 한다”고 했다. 다만 “소송을 내지 못한 피해자들의 구제와 앞으로의 화해를 위해서는 현실적으로는 기금을 만들어 해결을 꾀하는 방법”을 제안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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