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입었다는 티셔츠의 모습이 올라 있는 일본 트위터. 트위터 갈무리
방탄소년단(BTS) 멤버가 원자폭탄이 터지는 사진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은 적이 있다는 이유로 일본 방송 출연이 취소된 데 대해 일본 내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일본 언론과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자국의 원폭 피폭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떠올리며 ‘지나치다’ ‘묵과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우세하다. 한 일본 시민은 “히로시마에서 ‘원폭 돔’(피폭으로 부서진 옛 히로시마 상업전시관)을 봤을 때 역사의 무거움을 느꼈다. (원폭은) 미국과 일본, 조선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 인류가 관계된 일이다. 결코 티셔츠로 농담할 일이 아니다”라고 트위터에 적었다. 피폭지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 출신들은 “분노를 느낀다” “우리를 바보 취급하는 것 같아 유감이다” 같은 트위터 글을 올리고 있다.
방송 출연 취소는 지나치다거나 과도한 비난은 삼가자는 의견도 나온다. 음악 전문기자 우노 고레마사는 “(출연 취소까지 한) 일본 주류 문화의 촌스러운 상황을 바꿔주세요”라는 트위트를 올렸다. 독립 언론인 쓰다 다이스케는 “정치와 매스컴 반응이 한가지(방탄소년단 비판)뿐인 점은 무섭다”고 했다. 팬들은 안타까워한다.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20대 팬이 “미디어는 인터넷에서 소란을 피우는 사람들 목소리만 강조한다. 팬의 마음이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티브이 아사히>는 지난 8일 ‘원자폭탄 티셔츠’를 이유로 자사 프로그램 ‘뮤직 스테이션’에 방탄소년단 출연을 취소시켰다. 스포츠 연예지 <스포니치 아넥스>는 다른 방송들도 출연안을 백지화했다고 전했다. <엔에이치케이>(NHK)는 12월31일에 방영하는 간판 프로그램 ‘홍백가합전’에 방탄소년단 출연을 요청하려다가 보류했다고 이 매체는 전했다.
‘원자폭탄 티셔츠’ 논란은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대한 일본 쪽 반발과 이어져 있다. 방탄소년단 멤버 지민이 원자폭탄이 떨어지는 장면이 들어간 티셔츠를 입은 동영상이 공개된 것은 지난해 7월이다. 당시 일본에서는 이를 주목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달 30일 대법원 판결 뒤 한국을 비난하는 우익의 목소리가 커지고 원자폭탄 티셔츠도 이슈화됐다.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이번 일에도 ‘러브 유어셀프’ 일본 돔 투어는 13일부터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밝혔다. 방탄소년단은 13~14일 도쿄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교세라돔, 나고야돔, 후쿠오카 야후오쿠돔에서 공연한다. 소속사는 일본 방송 출연 취소에는 별다른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 10일 김포공항을 통해 출국했다.
일본 방송사들의 출연 취소에 대한 비판과는 별개로, 지민이 입은 문제의 티셔츠 그림이 비극에 무감각하다는 지적이 국내에서도 나온다. 사회비평가 박권일씨는 “일본이 전범국가로서 책임을 방기한다든가 일본 방송사들이 우익 눈치에 출연을 취소한 것은 비판해야 하지만, 한편으로는 티셔츠가 핵 살상 행위를 무비판적으로 표현한 측면도 있다”고 짚었다. 문화평론가 김선영씨도 “일본이 1년 전 티셔츠 사진을 갖고 새삼 문제삼는 것은 전쟁의 주범임은 반성하지 않고 원폭의 피해자임을 강조해온 것과 같은 맥락으로 비판받아야 한다”면서도 “전쟁의 비극적 장면을 티셔츠 도안에 무분별하게 쓴 것은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서정민 기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