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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고노 “강제징용 개인청구권 소멸 안됐다” 실토…꼬이는 일본 정부 논리

등록 2018-11-16 18:09수정 2018-11-16 22:00

“한일협정으로 완전 해결”만 주장하다가
추궁받자 “청구권은 존재한다” 실토
‘그러나 배상 판결은 안 된다’ 궤변
“국제상식에 반한다”는 지적 많아
고노 다로 일본 외상
고노 다로 일본 외상
고노 다로 일본 외상이 강제징용 피해자에게 개인 청구권이 있다고 시인했다. 일본 각료가 지난달 30일 한국 대법원의 손해배상 판결 이후 개인 청구권이 존재한다고 발언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고노 외상은 고쿠타 게이지 공산당 의원이 14일 중의원 외무위원회에서 일본 정부도 개인 청구권의 존재를 인정해오지 않았느냐고 묻자 “개인 청구권이 소멸했다고 말한 것은 아니다”라고 답한 것으로 16일 뒤늦게 확인됐다.

고쿠타 의원은 미카미 마사히로 외무성 국제법 국장에게 한국 판결에서 원고들이 요구한 것은 미지급 임금이 아니라 식민 지배 및 침략 전쟁과 직결된 강제동원에 대한 위자료라고도 지적했다. 고쿠타 의원은 1992년 야나이 지 외무성 조약국장이 “(한-일 협약으로 소멸한 한국인의 ‘재산과 권리 등의 이익’ 중에) 위자료 청구권이라는 것이 들어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한 점도 지적했다. 그는 “위자료 청구권은 소멸하지 않은 것 아니냐”고 따졌다. 미카미 국장은 “야나이 국장 발언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권리 자체는 소멸하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가 개인 청구권을 인정한다는 것은 그 의미가 여러 번 바뀌면서 지금은 ‘개인 청구권은 있으나 재판을 통해 권리를 행사할 수는 없다’는 것으로 정리됐다. 고노 외상은 이날 답변에서 “한일협정으로 일-한간의 청구권 문제는 완전하고 최종적으로 해결됐다”는 기존 주장도 반복했다. 미카미 국장은 “(한일협정의 뜻은) 청구권이 있어도 재판정에 가면 구제받을 수 없다고 약속한 것”이라고 답변했다.

이렇게 일본 정부의 개인 청구권에 대한 ‘해석’이 모순되고 말장난에 가까워진 것은 과거에 자국민들의 피해와 관련해 내놓은 입장이 발목을 잡기 때문이다. 일본은 1952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연합국에 대한 배상 청구권을 포기했다. 그러자 원자폭탄 피해자들이 일본 정부가 청구권을 포기하는 바람에 구제 받을 수 없게 됐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일본 정부는 개인 청구권 자체는 소멸하지 않았으니까 일본 정부가 배상할 일은 아니라며 책임을 피했다. 또 강화조약으로 포기한 것은 개인 청구권이 아니라 자국민들의 피해에 대해 국가가 청구할 수 있는 ‘외교적 보호권’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일본 정부로서는 자국민들에게 이런 입장을 분명히 밝힌 상황이니까 한국인들에 대해서도 한일협정을 이유로 개인 청구권이 소멸됐다고 주장하기 어렵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인들과 한국인 피해자들이 소송을 내자 일본 법원은 궁색한 논리까지 만들어냈다. 일본 최고재판소는 중국인들이 낸 소송에 대해 2007년 청구권을 부정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개별적 민사소송을 통한 권리 행사는 평화조약 등이 ‘예측하기 곤란했던 과도한 부담’이라는 이유로 기각 판결을 했다. 권리는 인정하지만 그에 따른 배상 판결을 할 수는 없다는 궤변으로, 일본 정부의 현재 입장의 근거가 됐다.

일본공산당 기관지 <아카하타>는 고노 외상 등의 중의원 답변으로 “한국 대법원 판결이 ‘한일협정에 명백히 반한다’는 아베 정권의 주장이 근본부터 흔들렸다”고 지적했다. 여러 전문가들은 일본 정부의 ‘재판상 청구 불가 주장’에 대해서도 국제적 상식에 반한다고 지적한다. 전후 보상 관련 전문가인 야마모토 세이타 변호사는 “한일협정에 따라 개인 청구권은 있어도 재판상 청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일본 정부와) 일본 최고재판소 판결이 국제법 상식에 벗어난다”고 지적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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