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 회장. AP 연합뉴스
19일 오후 4시35분께 일본 도쿄 하네다공항에 카를로스 곤 르노-닛산-미쓰비시자동차 얼라이언스 회장을 태운 비행기가 착륙했다. 비행기가 착륙하자마자 기다리고 있던 도쿄지검 특수부 수사관들이 곤 회장 체포작전에 돌입했다. 수사관들은 곤 회장이 이날 일본에 온다는 정보를 사전에 입수한 상태였다. 도착 예정 시각이 바뀌지는 않았는지 그리고 착륙 절차가 끝났는지를 마지막까지 확인했다. 확인이 끝난 뒤 수사관들이 비행기 안으로 들어가서 곤 회장을 우선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리고 갔다. 도쿄지검은 이날 저녁 곤 회장이 닛산에서 받은 보수를 5년간 실제보다 50억엔(약 500억원)가량 적게 신고한 혐의로 체포했다.
<아사히신문>은 20일 곤 회장의 체포작전이 신중하지만 전격적으로 이루어졌다고 보도했다. 곤 회장 체포가 진행되는 사이 요코하마 닛산자동차 본사 그리고 곤 회장 일본 자택인 도쿄 미나토구 고급 맨션에 대한 수색도 벌어졌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곤 회장 수사를 위해서 이달부터 지방에서 검사들을 충원받았고, 해외에도 검사들을 파견했다.
곤 회장을 전격적으로 체포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닛산 본사의 전면적인 수사협조와 정보 제공이 있었다. <아사히신문>은 도쿄지검이 곤 회장 부하에게 곤 회장의 비리에 대한 정보를 받는 대신에 부하들의 형사처벌을 감경해주는 ‘사법 거래’(플리 바게닝)를 했다고 전했다. 일본에서는 지난 6월부터 다른 사람의 범죄에 대한 정보를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제보자에게는 형사처벌을 감면해주는 사법 거래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사법거래 제도가 회사 최고경영자 수사에 활용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일본 언론들은 곤 회장이 4개국에 있는 고급 주택을 닛산에서 제공받았다고 보도했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와 레바논 베이루트, 프랑스 파리,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있는 주택을 닛산이 설립한 자회사가 구입한 뒤 곤 회장에게 제공하는 형태였다. 닛산이 주택 구입과 유지 비용 수십억엔을 부담했다. 리우데자네이루에 있는 고급 주택은 유명 관광지인 코파카바나해변 근처에 있다. 곤 회장은 브라질 태생으로 레바논에서 청소년기를 보냈고, 프랑스에서 대학을 졸업했다.
곤 회장은 ‘코스트 킬러’, ‘카리스마 경영’으로 유명했지만, 최근 몇 년간 닛산 내부에서는 그에 대한 불만이 컸다. 과거에는 르노가 닛산을 구원한 격이었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역전됐다. 2017년에는 연결순이익으로 따진 르노의 수익 50%가 닛산에서 나온 것이었다. 지난 8월에는 닛산 소형자동차를 프랑스 공장에서 생산하겠다고 밝혔다. 최근에는 프랑스 정부가 르노-닛산의 경영통합까지 꾀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자, 닛산 내부의 경계는 더욱 강해졌다. 또한, 지난 7월 닛산에서 무자격자가 품질 검사를 한 사건이 벌어지자,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이 닛산의 최고 (책임자)”라고 말했다. 책임을 회피한다는 불만이 커졌다. 닛산은 22일 이사회를 열어서 곤 회장을 해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쓰비시자동차도 곤 회장을 해임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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