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닛산자동차 이사회가 22일 카를로스 곤(64) 회장 해임안을 통과시키면서 19년간 이어온 ‘곤 체제’도 막을 내리게 됐다. 닛산, 미쓰비시, 르노의 ‘3사 연합’을 이끈 수장의 해임으로 이 연합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닛산과 르노의 전쟁이 본격화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닛산은 이날 오후 요코하마 본사에서 이사회를 열고 곤 회장과 그레그 켈리(62) 닛산 대표에 대한 해임안을 만장일치로 처리했다고 <엔에이치케이>(NHK)가 전했다.
지난 19일 일본 도쿄 지검 특수부는 곤 회장을 유가 증권보고서에 자신의 보수를 500억원가량 적게 기재하고 회사 공금을 자택 구매 등에 유용한 혐의로 체포했다. 켈리 대표는 회장의 부정행위에 관여한 혐의로 체포됐다.
해임안이 통과됨에 따라 프랑스 르노자동차에서 경영 위기에 빠진 닛산을 살리기 위해 1999년에 파견돼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던 곤 체제가 막을 내리게 됐다. 그는 닛산과 미쓰비시에서는 회장직을 르노에선 회장 겸 최고경영자직을 맡아왔다. 그가 이끌던 닛산과 미쓰비시 자동차, 프랑스 르노의 ‘3사 연합’은 지난해 판매 대수가 1060만대를 넘어 세계 2위를 차지하는 성과를 냈다.
다만 곤 회장과 켈리 대표의 이사직은 주주총회에서 해임 결의안이 통과될 때까지 유지된다. 닛산은 내년 6월 정기 주주총회까지 기다리지 않고 빠른 시일 내에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해임 결의안을 처리할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프랑스 르노의 닛산 합병에 대한 일본 경영진의 견제가 이번 곤 회장 체포의 유력한 배경이라는 분석도 있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닛산은 르노 지분 15%를 각각 보유하고 있지만 르노에 대한 닛산 지분은 의결권이 없어 닛산이 그간 ‘불공평’하다는 불만을 내비쳐 왔다. 닛산은 불평등한 지분구조를 비롯해 양사 관계에 대한 재검토를 르노 측에 요청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3사 연합’의 수장 역할을 했던 곤 회장의 해임으로 이 연합체의 주도권을 잡기 위한 닛산과 르노 간의 경쟁이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옥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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