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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이 ‘2025 오사카 엑스포’에 열광하는 이유는

등록 2018-11-25 17:36수정 2018-11-25 20:39

고도성장 신화 상징 1970년 영광 향수
박람회장 정비 비용만 1조2500억원
고령화 문제 심각한데 효과 의문 비판도
1970년 오사카 세계박람회 상징 기념물인 ‘태양의 탑’. 출처 오사카부 누리집
1970년 오사카 세계박람회 상징 기념물인 ‘태양의 탑’. 출처 오사카부 누리집
“해냈다!”

24일 새벽 1시께 일본 오사카부 오사카시에 모인 지역 의원들과 경제계 인사들 300여명은 2025년 세계박람회(World Expo) 개최지로 오사카시가 결정됐다는 소식에 일제히 일어나서 환호성을 울렸다. “만세”를 외친 사람들도 있었다.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 투표 현장에 있었던 마쓰이 이치로 오사카부 지사와 세코 히로시게 경제산업상도 일어나서 박수를 치고 손을 치켜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오사카시는 이날 국제박람회 회원국 결선투표에서 92대 61로 러시아 예카테린부르크를 꺾고 개최 도시로 뽑혔다. 오사카는 세계박람회를 1970년 이후 55년 만에 열게 됐다. 일본은 세계박람회 유치를 위해서 개발도상국 중심으로 2억1800만달러 어치 경제지원을 약속해, 개도국들에서 상당한 표를 얻었다. 개최 기간은 5월부터 11월까지며 오사카만에 있는 인공 섬 ‘유메시마’에서 박람회장이 마련된다. 주제는 ‘삶을 빛내는 미래 사회 디자인’으로, 고령화 사회를 염두에 둔 의료와 건강 관련 내용이 주요하게 다뤄질 것으로 보인다.

일본이 세계박람회 유치 성공에 환호하는 이유는 1970년 세계박람회가 옛 영광을 상징하는 행사였기 때문이다. 일본은 1955~73년까지 18년 동안 연평균 10% 이상의 고도경제성장을 했다. 1968년에는 옛 서독을 제치고 국민총생산(GNP) 2위에 올랐다. 이 시기에 열렸던 도쿄올림픽과 오사카 세계박람회는 전후 일본의 부흥과 선진국 진입을 세계에 알린 대표적 행사였다. 1970년 오사카 세계박람회는 관람객 6400만명을 모을 만큼 국민적 행사였으며, 미국의 아폴로 11호가 1969년 달에서 가져온 월석 전시는 큰 화제를 모았다. 일본 대중문화에도 70년 오사카 세계박람회는 주요 소재로 등장한다. 한국에도 번역 소개된 우라사키 나오키의 만화 <20세기 소년>에는 70년 박람회가 이야기의 주요 모티브로 등장한다.

1970년 일본 오사카 세계박람회 전시장.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1970년 일본 오사카 세계박람회 전시장. 출처 위키미디어 코먼스
오사카가 도시 차원에서 세계박람회 유치에 공을 쏟아온 배경에는 지방 경제의 쇠퇴와 관련이 있다. 오사카는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본거지였으며 “천하의 부엌”이라 불렸을 만큼 일찍부터 일본의 주요 도시였다. 하지만, 최근 도쿄를 중심으로 한 수도권 경제집중 현상이 심해지면서 과거의 영광과는 점점 멀어지고 있다. 오사카시 인구는 1965년 310만명을 넘었으나 현재는 약 270만명 수준으로 줄었다. 오사카는 2025년 세계박람회가 유발하는 경제효과가 약 2조엔에 이를 것으로 기대한다. 일본 중앙정부도 2020년 도쿄올림픽 이후 경기 부양 역할을 오사카 세계박람회가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오사카 세계박람회가 과거의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일본 내에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우선, 세계박람회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 역대 최고인 7000만명 관람객을 모은 2010년 상하이 세계박람회 외에는 최근 관람객 수는 2000만명 전후다. 적자가 나기 쉽다. 실제로 오사카의 주요 경쟁 도시였던 파리는 결국 박람회 유치를 포기했다.

일본은 박람회장 준비 비용만으로 1250억엔(약 1조2546억원)을 예상한다. 중앙정부와 오사카 그리고 경제계가 3분의 1씩 부담할 예정인데, 구체적으로 경제계에서 어떻게 400억엔 이상을 모을지는 미정이다. 또한 박람회 장소인 유메시마는 오사카만에 있는 인공섬으로 지금도 광대한 지역이 빈 땅으로 남아있는 장소다. ‘거품 경제’ 시대의 어두운 유산으로 볼리는 유메시마를 박람회장으로 활용해 도시 활성화를 꾀한다는 구상이지만, 과제가 적지 않다. 유메시마와 오사카 도심을 연결하는 지하철을 만들고 도로를 확충하려면 730억엔이 들 수 있다는 예상도 나오는데, 이 돈을 어디에서 구할지도 난제다.

오사카 세계박람회가 열리는 2025년은 ‘단카이세대’(1947~49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 모두가 75살 이상인 후기 고령자가 되는 해다. 이른바 ‘2025년 문제’가 시작되는 첫해다. 고령자 의료와 돌봄 대책이 더 절실해지는 시기에 일회성 행사인 세계박람회에 막대한 돈을 쏟아붓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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