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위키피디아 코먼스
카를로스 곤 전 닛산자동차 회장이 지난달 체포되기 전에 사이카와 히로토 사장을 경질하려 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곤 전 회장이 사이카와 사장의 경질 계획을 주변에 밝혀왔다고 10일 전했다. 사이카와 사장은 지난달 19일 곤 전 회장 체포 직후 기자회견을 열어 그를 강하게 비난한 인물이다.
이 신문은 곤 전 회장이 원래 지난달 이사회를 열어 사이카와 사장을 쳐내려 했다고 전했다. 정작 곤 전 회장 체포 뒤인 지난달 22일 이사회에서 해임당한 것은 곤 전 회장 자신이다.
곤 전 회장은 일본에서 100만대 넘는 닛산 차가 리콜되고, 미국시장에서도 부진한 것 때문에 사이카와 사장에게 불만이 있었다. 또 곤 전 회장은 자율주행차와 전기차가 주도하는 미래시장에서 거대 업체가 아니면 살아남기 어렵다면서 르노-닛산-미쓰비시 얼라이언스의 관계 강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해왔다. 반면 사이카와 사장은 “모든 사람이 회사가 커지기를 바라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현금 흐름”이라며 규모보다 수익성이 중요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사람의 갈등에, 프랑스 자본인 르노가 닛산의 모회사처럼 된 상황 때문에 곤 전 회장의 체포는 일본 쪽의 ‘쿠데타’가 아니냐는 말이 이미 나온 상황이다. 곤 전 회장이 르노와 닛산의 합병을 추진한 게 부메랑으로 돌아왔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도쿄지검 특수부는 2011~2015년 보수를 약 50억엔(약 500억원) 적게 감독 당국에 신고한 혐의로 곤 전 회장을 10일 기소했다. 그는 보수 일부를 퇴직 후 받기로 한 것은 사실이지만 불법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일본 주재 프랑스대사가 독방에 수감된 그를 면회했을 정도로, 프랑스는 정부 차원에서 이 사건에 관심이 크다. 르노는 닛산 지분 43.4%를 보유한 대주주이지만, 닛산은 르노에 대해 의결권 없는 지분 15%만 갖고 있다. 프랑스는 르노가 닛산에 강한 영향력을 유지하기를 원하지만, 닛산은 대등한 관계를 요구하고 있다. 이달 4일 르노 출신을 포함한 닛산 사외이사 3명이 후임 회장을 정하려고 회의를 했으나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르노는 1999년 자본 제휴 때 자사 출신이 닛산 최고운영책임자(COO) 이상을 맡기로 한 약정을 근거로 닛산 회장을 자신들이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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