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총리. <한겨레> 자료 사진
고이즈미 준이치로 전 일본 총리가 개헌 시도와 관련해 “아베 신조 총리는 판단력이 나쁘다”고 쓴소리를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13일치 <아사히신문> 인터뷰에서 “야당은 (개헌에) 찬성하지 않는다. (아베 총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안 하고, 할 수 없는 것은 하려고 한다”고 비판했다.
그는 “개헌은 자민당 혼자 할 수 없다. 제1 야당 협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내년 참의원 선거에 대해서도 “개헌이 쟁점이 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가 2020년 시행을 목표로 개헌을 추진하다 역풍을 맞은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아베 총리는 9월 자민당 총재 3선 뒤 측근인 시모무라 하쿠분 전 문부과학상을 당 헌법개정추진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시모무라는 문부상 때 역사 왜곡 교육을 주도한 인물이다. 그는 지난달 개헌에 소극적인 야당에 대해 “직장 포기”라고 비난했다가 반발을 불렀다. 아베 정부는 연말까지 자위대 설치 근거를 헌법에 적시하는 것을 포함한 4개 개헌 항목을 중의원 헌법심사회에 제출하려 했으나 야당의 반발로 실패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지론인 탈핵도 다시 강조했다. 그는 “(아베 총리는) 할 수 있는 것(탈핵)을 왜 안 하려 하느냐. 야당이 ‘원전 제로’를 주장하며 후보를 단일화하면 자민당도 안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자민당이 자기 정책으로 선거에서 승리하는 게 아니라 “야당이 분열된 덕을 보고 있다”고 꼬집기도 했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의 정치적 스승으로 불렸다. 총리 재임 때인 2003년 아베를 자민당 간사장으로 발탁하고 2005년엔 관방장관에 앉혔다. 그러나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참사 뒤 고이즈미 전 총리가 탈핵으로 기울면서 둘의 관계는 악화됐다. 고이즈미 전 총리는 아베 총리가 연루된 사학법인 스캔들을 비판하며 “신뢰가 사라졌다”고 한 적도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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