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 안보조약 개정 뒤 선거에 임하고 싶다. 그렇게 되면 양원(중의원과 참의원)에서 개헌에 필요한 3분의 2를 획득할 수 있다.”
아베 신조 총리의 외할아버지이자 A급 전범 혐의자였던 기시 노부스케 일본 총리가 61년 전 평화헌법 개정 희망을 미국에 밝힌 사실이 드러났다.
일본 외무성이 19일 공개한 외교문서를 보면, 기시는 1957년 봄 더글러스 맥아더 2세 주일 미국대사에게 평화헌법 개정 열망을 밝혔다. 그는 그해 6월 미국을 방문해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을 만나기에 앞서 맥아더 2세 대사와 7차례 예비회담을 했다. 맥아더 2세 대사는 일본 점령군 사령관이었던 더글러스 맥아더의 조카다. 기시는 맥아더 2세 대사에게 문서를 보내 구체적 시나리오도 제시했다. 먼저 불평등 조약이라는 비판을 듣는 미-일 안보조약을 개정하고, 이후 전쟁 포기와 군대 보유 금지를 규정한 헌법을 고쳐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가능하게 한다는 제안이었다.
미국은 당시에는 미-일 안보조약 개정에 소극적이었다. 기시가 안보조약 개정에 성공한 것은 1960년이다. 그러나 기시는 대규모 반대 시위 때문에 개정 안보조약 발효 뒤 한 달여 만에 사퇴한다.
태평양전쟁 당시 도조 히데키 내각 각료였던 기시는 A급 전범 혐의자로 체포돼 3년3개월간 수감된 인물이다. 기시는 자신이 갇혀 있던 스가모형무소에 1957년 당시까지 수감돼 있던 A급 전범들에 대해 “내 감옥 친구”라며 미국대사에게 석방을 요청하기도 했다. 미국은 이듬해 전범들을 모두 석방했다.
일본이 1969년에도 항공모함 보유를 원한 사실도 외교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당시 일본 쪽과 안보 관련 회의를 하던 주일 미국대사가 항모 보유를 원하느냐고 묻자, 자위대 통합막료장(한국의 합참의장에 해당) 이타야 다카이치는 “물론 갖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방위를 위해서라고 설명하기에는 난점이 있다”고 했다. 항모를 방어용이라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고 인정한 것이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자국 지도자들이 50~60년 전부터 희망한 개헌과 항모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 그는 개헌을 “필생의 과업”이라고 한다. 일본 정부는 최근 항모 도입을 공식화했다. 외할아버지 기시의 뜻을 받드는 아베 총리의 움직임은 ‘과업’일 뿐 아니라 ‘가업’을 잇는 것으로도 볼 수 있다. 통합막료장이 항모 보유 희망을 밝힌 1969년 일본 총리는 기시의 동생 사토 에이사쿠로, 아베 총리의 외가 쪽 작은할아버지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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