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한국 해군 함정이 자위대 초계기에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겨눴다는 증거라며 현장 동영상을 공개했지만, 일본 내에서도 오히려 초계기가 위험한 비행을 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경찰 출신으로 2001년 고이즈미 준이치로 내각 때 총리 비서관을 지낸 오노 지로 전 의원은 29일 트위터에 “한국 구축함 레이더 조사(비춤) 사건. 방위성 공개 영상을 보고 나는 2001년 말 아마미(규슈와 오키나와 사이에 있는 섬들) 해역에서 일어난 괴선박 사건 최종 장면이 생각났다. 영상을 보면, 우리 쪽 주장보다는 한국 쪽이 긴박하고 일촉즉발 상황이었던 것을 알 수 있다. 북한 선박에 대해 작전 행동을 하는 중이던 군함에 이유 없이 접근하는 것은 극히 위험하고 식견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부가 28일 공개한 영상을 보면, 초계기가 북한 어선 구조에 나선 광개토대왕함에 방향을 이리저리 틀며 접근하는 모습이 나온다. 한국 군 관계자는 일본 초계기가 150m 고도에서 함정에 500m까지 접근한 것 자체가 위협적인 행위라고 주장한 바 있다.
오노 전 의원이 언급한 아마미제도 사건은 2001년 12월 일본 해상보안청 순시선이 외국 선박으로 보이는 배를 조사하던 중 충돌이 일어나 상호 사격전까지 일어난 사건으로, 상대 선박은 침몰했다. 일본 정부는 침몰한 배를 북한 선박으로 추정했다.
일본 방위성이 지난 28일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 자위대 초계기 P-1이 동해에서 광개토대왕함과 북한 어선 구조 작업을 하던 한국 해경 함정 근처를 비행하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일본 정부는 ‘레이더 사건’을 계속 외교 쟁점화하고 있다. 대다수 일본 언론도 일본 정부의 발표를 크게 전하며 한국에 비판적인 보도를 쏟아내고 있다.
그러나 방위성이 공개한 초계기 촬영 영상만으로 광개토대왕함이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일본 초계기에 겨냥했다는 뚜렷한 증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은 일본 내에서도 나온다. 일본 방위성은 결정적으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판명할 수 있는 열쇠가 되는 레이더 전파 기록은 군사기밀이라며 공개하지 않고 있다. 한국 국방부는 일본 쪽 주장이 사실이라면 그런 기록을 공개하면 된다고 반박한 바 있다.
앞서 다모가미 도시오 전 항공자위대 막료장(한국의 공군참모총장에 해당)은 트위터에 한국 해군이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사용했더라도 “전혀 위험하지 않다. 화기 관제(사격 통제용) 레이더로 최근 세계 각국 군들이 매일 훈련 중에 전파를 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한국 해군이 일본 초계기만을 겨냥해 레이더 전파를 조사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도 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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