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4일 미에현 이세신궁에서 연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이세/교도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연두 기자회견에서 “동북아시아 정세가 역사적 전환점에 접어들었다”며 “어떤 기회도 놓치지 않겠다”고 말했다. 강제동원 배상과 레이더 갈등 등 한-일 현안은 언급하지 않았다.
아베 총리는 4일 미에현 이세신궁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동북아시아 정세가 지난해 북-미 정상회담으로 역사적 전환점에 접어들었다. 북한 핵·미사일 그리고 가장 중요한 납치(일본인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해 어떤 기회도 절대 놓치지 않고 과감히 행동에 나서겠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평화헌법 개정 의욕도 다시 강조했다. “헌법은 나라의 미래와 나라의 이상을 말하는 것이다. 나라의 미래상에 대해 논의를 심화해야 한다. 우선 구체적 안을 내 국회에서 활발한 토론을 통해 국민적 논의와 이해를 심화하는 노력을 거듭하는 게 국회의원들의 책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번 발언은 자위대의 존재 근거를 헌법에 명문화하는 것을 2020년까지 마무리한다는 계획에 따라 올해 안에 개헌안을 발의하고 싶다는 의지를 밝힌 것으로 보인다.
외교에 대해서는 1일 연두 소감에 이어 ‘전후 외교 총결산’을 다시 언급하며 러시아와의 평화조약 체결을 강조했다. 일본은 1956년 소련과 한 공동선언으로 국교는 정상화했지만, 쿠릴열도 남단 4개섬 영유권 분쟁 탓에 평화조약은 체결하지 못했다. 아베 총리는 “다음 세대에 이 과제를 넘기지 않고 종지부를 찍겠다는 강한 결의를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공유했다. 이달 하순 러시아를 방문해 평화조약 협상을 전진시킬 생각”이라고 했다. 중국에 대해서는 “지난해 가을 시진핑 국가주석과 양국의 길잡이가 될 3개 원칙에 합의했다. 올해는 이 원칙에 본격적 시동을 거는 해”라고 말했다.
아베 총리는 2012년 재집권 뒤 7년 연속으로 연초에 이세신궁을 참배하고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세신궁은 일본 왕실의 조상신인 아마테라스오미카미를 받드는 곳으로, 일본 보수 세력이 신성시하는 장소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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