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가 4일 공개한 동영상 중 일부. 국방부는 이날 구조작전 중이던 한국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일본 초계기의 근접비행을 ‘저공 위협비행’으로 규정하고, 사과를 요구하는 내용의 동영상을 공개했다. 국방부 유튜브 갈무리
한국 국방부가 일본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에 대한 근접비행을 시도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사과를 요구한데 대해, 일본 방위성이 “일본 입장과 다른 주장이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확전을 원하지는 않는 듯 구체적인 반박 대신, 양국 앞으로 이 문제는 “방위당국에서 협의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방위성은 한국 국방부 동영상이 공개된 4일 밤 “한국 해군 광개토대왕함급 구축함에서 해상 자위대 소속 P-1에 대한 화기 관제(사격 통제용) 레이더 조사(겨냥해서 비추는 것)는 예측불허 사태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한 행위이며 이런 사안이 발생한 것은 극히 유감스럽다며 “이 사안에 대해 한국 국방부가 영상 등을 공개하고 있으나 그 내용에는 일본 쪽 입장과는 다른 주장이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양국 간 주장의 차이가 구체적으로 뭔지에 대한 언급은 피한 채 “방위성은 앞으로 일-한 방위 당국 간에서 필요한 협의를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만 덧붙였다. 한국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지만, 문제를 확대하는 대신 양국 군 당국간 실무협의를 통해 사태를 수습해 나가겠다는 뜻을 드러낸 조처로 해석된다.
하지만, 일본 언론들은 한국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이 일본 초계기 촬영 영상을 가져와 편집한 것일 뿐, 한국이 일본 초계기아 사격 통제용 레이더를 비추지 않았다는 증거가 되진 못 한다는 보도를 쏟아냈다.
<지지통신>은 5일 익명의 자위대 간부를 인용해 국방부가 공개한 동영상에 “새로운 것이 하나도 없다. 영상 어느 부분을 근거로 P-1 초계기가 한국 쪽 구조활동을 방해했다는 것인지 불명확하다”고 말했다. 이 통신은 4일에도 익명의 해상자위대 간부를 인용해 “(국방부 공개 동영상에 깔린) 배경음악으로 선동하고 있을 뿐이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해상자위대 함대 사령관 출신인 고다 요지는 5일 <산케이신문>과 인터뷰에서 “한국은 (이 영상을 통해) 레이더를 초계기에 비추지 않았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증명할 객관적 증거는 아무것도 보여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항공자위대 사령관 출신인 오리타 구니오도 이 신문에 “한국이 이 이상 강변을 계속하면 주파수 공개도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이미 확전 대신 수습 쪽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아베 총리는 6일 <엔에이치케이>(NHK) ‘일요토론’에 출연해 이 문제에 대한 질문이 나오자 “방위성이 이미 공표한 그대로다”고만 말했다. <지지통신>은 5일 일본 정부 내부에서 “(초계기가) 수집한 전파 정보를 공개해도 한국 쪽이 성실히 대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치·외교적 차원에서 조기 수습을 구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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