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 일본 정부가 ‘아베노믹스’ 성과를 강조하려고 사실상 통계를 조작했다는 논란이 커지고 있다.
입헌민주당 등 일본 야당들은 30일 국회 공청회에서, 정부의 경제 통계를 비판한 책 <아베노믹스를 부탁해>를 쓴 아카시 준페이 변호사와 함께 조사해보니 지난해 1~11월 실질임금 상승률이 -0.53%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후생노동성은 같은 기간 실질임금 상승률이 -0.05%라고 발표했는데, 야당 추산은 하락률이 그 10배에 이른다.
야당이 제기하는 의혹의 핵심은 정부가 상대적으로 임금 조건이 좋은 큰 규모 기업의 비중을 높여 조사했다는 것이다. 후생노동성은 이전에는 3만3000여개 사업장을 대상으로 조사하면서 30~499명 규모 중소기업은 2~3년마다 조사 대상 전체를 바꿔 통계를 내왔다. 그런데 지난해 조사 대상을 바꿀 때는 절반만 교체했고, 이 과정에서 규모가 큰 기업들의 비중이 높아졌다는 것이다. 야권은 2017년 조사 대상 기업들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질임금 상승률을 따져보니 정부 발표보다 더 하락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발표한 것이다.
후생노동성 통계에서는 지난해 실질임금이 오른 달이 5개월이지만, 야당 추산에서는 6월 한 달만 실질임금이 올랐다. 야당 의원들이 공청회에서 후생노동성 직원에게 아카시 변호사의 계산이 맞냐고 물으니 “비슷한 수치가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하기도 했다.
야권은 정부가 아베노믹스의 약점을 감추려고 일부러 그랬다고 본다. 일본 정부는 74개월의 전후 최장 경기 확장을 성과로 내세우지만, 아베노믹스에 대한 선전이 이어지는 와중에도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은 제자리를 맴돌았다.
실업률이 2.4%로 25년 만에 최저를 기록하고, 구인난을 호소하는 기업들이 속출한다는 소식 속에서도 임금이 오르지 않는 상황은 일본 정부를 곤혹스럽게 만들고 있다. 이는 실업률은 낮아졌더라도 질 좋은 정규직 일자리보다는 비정규직이 증가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장기 불황을 거치며 노조의 교섭력이 약화됐다는 시각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들은 이윤 배분에 소극적이다. 아베 총리는 부실 통계 논란에 30·31일 이틀 연속 국회에서 사과했다. 그러면서도 “고용과 소득 환경이 착실히 개선되고 있다는 판단에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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