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시를 소재로 한 홍순관(사진)-다나까 유운의 한일 공동 서예전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가 12일 오사카한국문화원에서 개막했다.
“다음에는 한-일 뿐 아니라 조선학교 학생들 글씨까지 함께 전시하고 싶어요. 그게 진정한 3·1운동 정신에 맞지 않을까요.”
윤동주의 시를 주제로 한 ‘한-일 공동 서예전’이 열리는 오사카를 방문한 싱어송라이터 홍순관(57])씨는 12일 전화 통화를 통해 이렇게 말했다.
홍씨와 일본 서예가 다나카 유운의 작품을 나란히 전시하는 ‘나무가 춤을 추면 바람이 불고’는 오사카 한국문화원에서 오는 23일까지 열린다. 모두 40여점 가운데 다나카의 작품은 2점뿐이다. 전시회를 20여일 앞두고 지난달 다나카가 62살로 갑자기 별세하면서, 유품 수습 절차 때문에 많은 작품을 소개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다나카가 생전에 서울의 ‘내를 건너서 숲으로 도서관’에 기증한 작품과 홍씨 개인이 소장한 작품 2점으로 대신한 것이다.
일본 서예가 고 다나카 유운이 쓴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 사진 홍순관 작가 제공
다나카는 2000년대들어 윤동주의 ‘서시’를 읽고 감명을 받아 한국어를 배웠다. 원문을 읽어서 시의 핵심을 이해해 작품으로 표현하고 싶어서였다고 한다. 다나카는 윤동주 뿐만 아니라 이육사의 시도 서예 작품으로 남겼다.
홍씨는 12일 개막식 인사말에서 “사실 이 전시의 시작은 다나카 선생의 ‘윤동주 시 서예 작품’을 보고 생각하게 된 것”이라며 “3·1운동이 벌어지고 100년이 지난 지금 한-일간의 화해로 이보다 더 상징적이고 따뜻한 일이 또 있을까
하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통화에서 “다나카를 실제로 만난 적은 없다. 이번 전시를 계기로 만나려 했는데…”라고 안타까워했다. 30여년 노래를 불러온 그와 윤동주와의 인연은 18살 때 읽은 시 ‘십자가’에서 시작했다. “‘모가지를 드리우고/꽃처럼 피어나는 피를/어두워 가는 하늘밑에/조용히 흘리겠습니다.’ 감수성이 민감한 시기여서 감동이 컸는지 그때부터 윤동주 시를 소재로 노래를 만들었다”고 했다.
그는 부친인 의연 홍종욱 선생과 함께 잡지에 작품을 발표하기도 한 서예가이다. 1994년에서 2004년까지 10년 동안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함께 ‘일본군 성노예 문제’를 알리고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을 위한 ‘대지의 눈물’ 공연을 진행했을 만큼 사회 참여에도 적극적이다.
그는 3·1 운동 100돌을 맞아 우리 말의 중요성을 다시 한 번 되새기기 위해서 일제 강점기 어려운 여건 속에서 한글로 시를 써온 윤동주의 작품을 전시 주제로 택했다고 했다. “윤동주는 동시도 썼고 친필원고에 남은 글씨를 보면 서체가 또박또박했다. 그래서 동시를 소재로 한 서예는 또박또박한 서체를 살렸고 동시 외의 시는 절박한 느낌을 표현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이나 파주에서 다음번 전시를 할 생각이다. 일본에서 우리말을 지켜온 조선학교 학생들 작품도 전시할 생각이다. 이번에 오카야마 조선학교 학생들이 쓴 서예작품을 구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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