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키나와현 구니가미군 모토부초 겐켄 주차장에서 16일 열린 조선인 군속 희생자 추도식에서 스님이 명복을 빌고 있다. 남성들이 들고 있는 사진은 1945년 미국 <라이프>에 실린 사진으로, 희생자들 매장 위치를 찾는 단서가 됐다.
“희생자들 이름을 한 명씩 부르면서 추모하겠습니다. 가네무라 만토(金山萬斗), 조선 이름 김만두. 메이무라 초모(明村長模), 조선 이름 명장모 ….”
오키나와현 구니가미군 모토부초 겐켄에 있는 바닷가 주차장에서 16일 태평양전쟁으로 희생된 조선인 2명의 추도식이 열렸다. 주차장 땅 밑에는 일본군 군속으로 동원된 조선인 2명의 유골이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모토부는 한국인들도 많이 찾는 주라우미수족관이 있는 유명한 관광지다. 추도식은 한국 시민단체 평화디딤돌과 일본 시민단체 동아시아시민네트워크 등이 주최한 행사인 ‘동아시아 공동 워크숍’ 프로그램 중 하나였다.
이곳에 조선인들이 묻혔다고 추정하게 된 것은 1945년 5월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린 사진 한 장 때문이다. 나무로 세운 묘표 옆에서 미군 병사가 바다를 보고 있는 사진이었다. 묘표 14개 중 2개에 일본인으로 보기에는 어색한 이름이 있었다. 가네무라 만토와 메이무라 초모는 창씨개명한 조선인 이름이 아닐까? 오키나와 시민운동가들은 조선인 강제동원자 명부를 대조해, 이들이 일본 육군 군속으로 동원된 조선인들임을 확인했다. 지역신문 <류큐신보>가 2017년 이 사연을 소개한 뒤 한-일 시민단체들이 유골 발굴을 추진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1월에 발굴을 시작할 예정이다.
1945년 5월 미국 잡지 <라이프>에 실린 사진. 사진 속 묘표 중에 금산만두(오른쪽 둘째), 명촌장모(오른쪽 넷째)라고 쓴 한자가 보인다. 이들은 강제동원된 조선인 군속이었다.
주차장 토지 소유자인 가베 마사노부(77)는 발굴에 찬성했다. 추도식에서 만난 가베는 “어머니가 전쟁 당시 일본 병사가 조선인을 연신 때렸다고 말씀했다. 조선인이 무지막지하게 구타당하는 장면을 봤다고 말씀하셨다”고 말했다. 그는 “굶주린 조선인들이 집에 찾아와 먹을 것을 달라고 애원해 어머니가 고구마를 줬다고도 했다. 고추는 있지만 매워서 못 먹을 것이라고 어머니가 말했지만, 조선인들이 그것도 달라고 했다고 한다”고 전했다. 가베의 아버지는 “유골이 묻힌 땅이니 그 땅에는 집을 지을 수 없다”고 생전에 말했다고 한다. 지금도 주민들은 유골이 매장된 것으로 추정되는 주차장 안쪽에는 차를 잘 세우지 않는다고 한다. 비포장 주차장의 안쪽에는 차를 세우는 사람이 많지 않았던 듯 풀이 돋아나 있었다.
김씨와 명씨의 최후는 일본군 기록에 나와 있다. 두 사람은 1945년 1월22일 보급선에 탔다가 미군의 공습으로 숨졌다. 당시 미군은 상륙 직전 섬 곳곳을 공습했다. 지금도 주차장 건너편에 사는 주민 나카무라 히데오는 시민단체에 일본군이 주검을 태운 뒤 매장한 장소를 증언했다. 유골이 발굴된다면 디엔에이(DNA) 검사를 통해 조선인 유골인지가 확인될 가능성이 있다.
태평양전쟁 때 오키나와에서는 일본군과 오키나와 주민, 동원된 조선인과 대만인 등 20여만명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희생된 조선인들의 행방은 대부분 추정조차 할 수 없다. 김씨와 명씨는 특수한 예다. 오키나와 조선인 유골 문제를 오랫동안 연구해온 오키모토 후키코는 “우리가 서 있는 땅 밑에는 조선인 2명과 일본인 군속들의 유골이 묻혀 있을 것이다. 저 바다와 산에도 아직 많은 주검이 묻혀 있을지 모른다. 오키나와 전체가 거대한 무덤”이라고 말했다.
모토부/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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