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대형 서점 기노쿠니야에서 기자간담회
일본에서 8만부 발행 이례적 인기
조남주 작가 “일본 독자들 공감 놀라워”
독자 대상 특별대담 450석 매진
기존 한국 소설 독자층 아닌 사람도 흡수
19일 도쿄 기노쿠니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조남주 작가(오른쪽)과 번역가인 사이토 마리코가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82년생 김지영>이 100만부나 팔릴 수 있는 한국 상황이 부럽다는 일본 독자 반응이 인상적이었다. ”
<82년생 김지영>의 조남주 작가는 19일 도쿄 기노쿠니야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본에서 이 책이 인기를 얻는 데 대해 “놀랐다“는 말부터 했다. <82년생 김지영>은 지난해 12월 일본 출판사 지쿠마쇼보에서 번역 출간 된 뒤 지금까지 7쇄 8만부가량 발행됐다. 한국 소설로는 매우 이례적인 발행 부수다. 지쿠마쇼보는 책이 인기를 끌자 이날 기자회견뒤 아쿠타가와상 수상 작가 가와카미 미에코와 대담회를 독자 대상으로 유료로 열었다. 이 행사를 위해 좌석 400개를 마련했지만 접수 며칠 만에 매진됐다. 행사장 밖에서 영상으로 행사 내용을 볼 수 있는 간이 좌석 50석도 모두 동났다.
<82년생 김지영>이 일본에서도 인기를 얻은 배경을 두고는 한국처럼 여성에 대해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가 존재하기 때문이라는 의견이 많다. 조 작가도 이런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일본 독자들이 에스엔에스(SNS)나 인터넷에 소설을 읽고 자신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는 이야기를 많이 했다. 한국과 일본의 사회 분위기가 닮은 점이 있어서 일본 독자들도 공감할 수 있었던 듯하다”고 말다. 책을 번역한 사이토 마리코는 “책을 읽고 나서 울었다는 일본 독자가 많다. 나 개인적으로는 소설 속 김지영의 어머니에게 감정 이입이 됐다. 딸의 육아와 사회 활동 양립 문제를 완전히 도와줄 수 없는 점이 공감이 갔다. 기존 한국 소설 독자층뿐만 아니라 원래 소설 자체를 읽지 않는 사람들도 독자가 됐다. 출간 2달 정도밖에 되지 않았는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미투 운동’과 관련해 조 작가는 “한국의 미투 운동에서 중요한 지점인 서지현 검사가 성희롱 사건을 폭로하면서 이 책 내용을 소개했다. 서 검사 성희롱 사건 가해자가 구속되는 등 결과도 나왔다. 이 책이 사회의 변화와 함께 계속 기억되는 소설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번역가 사이토는 “한국의 변화는 언제나 빨라서 놀라고 있다. 일본의 미투 운동은 목소리를 내는 사람이 있어도 목소리가 울려퍼지지는 못하고 있다. 미투 운동 자체도 할리우도 배우 등 매우 활발히 사회활동을 하는 일부의 사람들 문제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여성 개개인이 경험한 이런저런 문제가 모두 사회 문제의 하나다. <82년생 김지영>이 그런 의미에서 여성들이 자신의 경험이 사회 문제와 연관되어 있다고 생각하는 통로가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