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도 희귀한 100년 전 3·1운동 당시 독립선언서 1차 인쇄본이 일본 가정집에서 발견됐다.
<아사히신문>은 나가사키현에 사는 전직 교사 사토 마사오(67)가 한자와 한글이 섞인 3·1 독립선언서 1장을 보관하고 있다고 26일 보도했다.
사토가 소장하는 독립선언서에는 ‘조선’(朝鮮)이라는 글자가 ‘선조’(鮮朝)로 잘못 표기됐고, ‘3월 일’이라고만 돼 있어 날짜가 빠져 있다. 3·1 독립선언서는 당시 최대 인쇄사인 보성사에서 약 2만1000부가 1차로 인쇄됐다. 1차 인쇄분에는 사토가 소장한 것처럼 ‘조선’을 ‘선조’라고 표기한 부분이 있으며, 한국 독립기념관 소장본도 마찬가지다. 2차 인쇄부터는 표기를 바로잡았다. 1차 인쇄본은 헌병과 경찰이 대부분을 몰수한 뒤 폐기했다. 현재 한국에도 몇장밖에 남아 있지 않다.
사토가 소장한 독립선언서는 할아버지의 유품이다. 사토의 할아버지는 일제강점기 조선에서 도자기 가게를 했고 1954년 기타큐슈에서 별세했다. 사토의 할아버지가 독립선언서를 어떻게 입수했는지는 불분명하다. 사토의 할아버지가 살던 평양 집이 3·1운동 당시 집회 장소였던 학교 근처에 있었다는 점이 입수 경위와 연결됐을 수 있다는 추정이 나온다.
역시 평양에서 거주한 경험이 있는 사토의 아버지는 1984년 출간한 회고록에서 독립선언서를 언급했다. 사토는 아버지의 회고록을 읽고 독립선언서의 존재를 알게 됐고, 할아버지 유품에서 이를 찾아냈다. 사토는 “조부는 한국어로 대화할 수 있었고, 한글을 읽고 쓸 수도 있었다고 들었다. 조선인을 차별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선언서 입수 배경에는 그런 사정이 있지 않았겠느냐”고 말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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