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이 5일 도쿄 아카사카 일본총합연구소 사무실에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견해를 이야기하고 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은 긴 비핵화 프로세스 중 하나일 뿐이다. 중요한 것은 비핵화를 위한 로드맵 만들기다.”
다나카 히토시 일본총합연구소 국제전략연구소 이사장은 일본 정부가 ‘최대의 압력’을 강조했을 때도 어디에선가는 교섭의 길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한 전문가다. 그는 2002년 북-일 정상회담의 막후 주역이었으며 현실주의적 외교관을 대표한다. 5일 도쿄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회담을 실패로 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을 어떻게 평가하는가.
“북-미가 비핵화에 대해 합의하지 못한 점은 유감이지만 비핵화 프로세스가 진행된다면 괜찮다고 본다. 염려되는 점은 실무 협의에서 논의가 충분히 진행되지 않은 점이다. 정상회담에서 양쪽이 이렇게 큰 의견 차이를 보이는 것은 통상적이지 않다. 북한은 비핵화는 하겠지만 제재를 풀어달라는 의사를 이번에 분명히 밝혔다. 그렇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번째는 포괄적 핵 신고와 포괄적 폐기를 하면서 이 과정이 끝나지 않는 한 제재를 풀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명백히 이를 원하지 않는다. 남은 것은 핵 폐기에 맞춰서 제재를 점점 완화하는 것이다. 이 프로세스를 택하려면 로드맵을 만들어야 한다. 핵 폐기와 제재 완화의 범위를 정하는 식이 될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이를 위한 교섭이 될 것으로 본다.”
-6자회담 같은 다자 협의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장래에는 6자회담이 필요하지만 현재 단계에서는 미국의 힘이 필요하다. 비핵화 로드맵을 만들고 난 뒤 이를 감시하기 위해 6자 협의가 필요하다. 멀리 보면 6자 협의는 지역의 신뢰 조성 틀이기 때문에 중요하다. 북한 비핵화는 핵 비확산 문제로 세계 전체의 문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비핵화에 필요한 비용은 한국과 일본이 내면 된다는 식인데, 이상하다고 본다. 일본은 북한 문제를 북·미 2개국 관계로만 해서는 안 된다고 미국에 얘기해야 안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일본은 북한 비핵화에 대해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든다.”
-일본은 북한 비핵화에 대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나.
“비핵화 순서와 비용 부담에 대한 틀을 짜는 데 일본이 참여해야 한다. 그리고 일본이 직접 북한과 교섭해야 한다. 모든 것이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어선 안 된다. 북한이 핵·미사일 실험을 할 때는 북-일 국교 정상화를 위한 정식 채널을 가동하는 것은 힘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기가 아니다. 신뢰 관계를 만들려고도 하지 않는 것은 북-일뿐이다.”
-북-미 교섭이 정체된 현재 상황이 2002년 북-일 정상회담 당시와 닮았다는 시각도 있다.
“그렇지 않다. 2002년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의 ‘악의 축’ 발언으로 북한은 미국이 공격하지 않을까 두려워했다. 북한이 당시 일본과 교섭한 이유에는 안전 보장 문제도 걸려 있었다. 2002년에도 북한이 하고 싶었던 것은 미국과의 직접 교섭이었다. 미국과 직접 교섭하는 이상 다른 나라는 부수적이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북-미 교섭이 결렬된 것도 북-미 관계가 험악해진 것도 아니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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