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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일본, 강제불임 수술 피해 구제법안…끝내 ‘국가 사죄’는 없었다

등록 2019-03-15 13:39수정 2019-03-15 21:24

일본 전후 우생보호법 근거로 장애인 등에 강제 불임 수술
피해자 최소 1만6000명…침묵 깬 피해자 지난해부터 소송
여야 의원들 1인당 3200만원 지급 피해 구제법안 마련
사죄의 주체는 국가 명시 대신 “우리” 애매한 표현
일본 국회의사당.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국회의사당. <한겨레> 자료 사진
일본 여당과 야당이 장애나 병이 있다는 이유로 국가에 의해 강제불임 수술을 당한 피해자에게 320만엔(약 3200만원)을 지급하는 내용의 피해 구제법안에 합의했다. 그러나 피해자 쪽은 사죄의 주체가 국가로 법안에 명시되지 않은 점을 비판하며,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계속할 뜻을 밝혔다.

일본 여·야 피해구제 법안 워킹 팀과 초당파 의원연맹은 14일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강제불임 수술 피해구제 법안을 다음 달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해자들에게 일률적으로 1인당 320만엔을 보상금으로 지급하고 사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법안 전문에는 “(피해자들은) 몸과 마음에 큰 고통을 받아왔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저마다의 입장에서 진지하게 반성하고 마음으로부터 깊이 사죄한다”고 적었다. 보상금 액수는 스웨덴 정부가 1990년대 후반 강제불임 수술 피해자에게 지급했던 보상금 1인당 17만5000스웨덴크로네를 참고했다. 강제불임 수술 위헌성까지는 인정하지 않기 위해서, 사죄의 주체는 “우리”라는 애매한 표현에 그쳤다.

일본 정부는 2차대전 패전 3년 뒤인 1948년 우생보호법을 만들어서 강제불임 수술을 시작했다. 우생보호법에는 “우생상의 견지에서 불량한 자손 출생을 방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명시했다. 또한, 유전성 정신질환, 유전성 신체질환 등이 있는 경우에는 본인 동의 없이도 정부가 설치한 우생보호위원회 심사를 거쳐서 불임 수술을 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우생보호법은 1996년 모자 보건보호법으로 대체되면서 폐지됐다.

일본 정부가 과거 강제불임 수술까지 벌인 배경에는 인구를 조절하기 위해서였다는 시각이 많다. 전후 베이비붐으로 인구가 늘어났지만, 식량과 주거 부족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강제불임 수술 피해자는 최소한 1만6000명이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수술은 특별한 병이 없더라도 벌어진 경우가 있었다. 지난해 도쿄도에 사는 70대 남성이 자신이 아동보호시설에 있던 10대 시절 수술 내용 설명도 듣지 못한 채 수술을 받았다고 밝혔다. 일본 중앙정부가 불임 수술 실적을 요구하자 지방에서 이를 채우기 위해 법을 확대해석한 경우도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 남성은 부인에게 이 사실을 숨겨오다가 부인이 숨지기 며칠 전에야 고백했다고 말했다. 미야기현에서는 9살 소녀도 불임 수술을 당한 기록이 남아있다.

피해자들은 이 남성처럼 수십 년 동안 피해 사실을 숨겨왔다, 그러나 지난해 1월 미야기현에 사는 여성이 불임 수술로 “기본적 인권을 짓밟혔다”며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면서, 다른 피해자들도 나서기 시작했다. 센다이, 도쿄, 오사카, 구마모토 등에서 20명이 국가를 상대로 1100만~3850만엔을 위자료로 지급하라는 소송을 냈다. 피해자 변호인단은 14일 기자회견을 열어서 “낙담을 금할 수 없다. 국회의원은 피해에 충분히 마주하고 있는가”라며 소송을 계속할 뜻을 내비쳤다. 기자회견에 동석한 남성 피해자는 “나는 60년간 고통을 받아왔다. 국가가 잘못했다고 인정하고 사죄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고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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