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시민들이 3일 일왕 거처인 ‘황거’ 주변 해자에서 보트를 타고 벚꽃을 즐기고 있다. 도쿄/AP 연합뉴스
일본이 이달 27일부터 다음달 6일까지 이어지는 열흘짜리 사상 최장 공휴일을 맞는다. 일본 시민들은 일왕 교체기가 끼는 바람에 생긴 긴 휴일에 무엇을 해야 할지 즐거운 고민에 빠졌다.
열흘 연휴는 1948년 법정공휴일에 대한 법률인 축일법 제정 이후 가장 긴 연휴다. 원래 4월 말부터 5월 초까지는 장기 연휴를 즐기는 ‘골든 위크’로 불린다. 일왕 교체라는 변수가 없다면 토요일인 4월27일부터 쇼와의 날(히로히토 전 일왕 생일)인 29일까지가 사흘 연휴이고, 다시 사흘을 일한 뒤 5월3일(헌법기념일)부터 주말(4·5일)을 거쳐 어린이날 대체공휴일(6일)까지 나흘을 쉴 수 있다.
여기에 아키히토 일왕 퇴위(4월30일)와 나루히토 일왕 즉위(5월1일)일이 공휴일로 지정됐다. 아베 신조 정부는 목요일인 5월2일까지 공휴일로 지정해 내친김에 열흘을 연속해서 쉬게 만들었다.
많은 일본인들이 여행 계획을 짜며 기대에 부풀어 있다. 최대 인터넷 포털 야후에는 “타이 방콕에 가려는데 비용은 어떤가”, “프랑스 파리에 가려는데 기초 프랑스어를 배워가는 것이 좋겠나” 같은 질문이 올라오고 있다. 대형 여행사 제이티비(JTB)는 지난달 중순 기준으로 예년 골든 위크에 비해 국내여행 예약 건수는 2배, 해외여행 예약은 1.7배에 이른다고 밝혔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형 여행사 에이치아이에스(HIS)의 경우 해외여행 예약이 예년의 3배라고 전했다. 여행사들은 일본인들이 선호하는 하와이와 동남아시아 여행 수요를 맞추려고 전세기를 추가로 확보했다.
연휴를 그대로 즐기지 못하는 직업군을 비롯해, 너무 긴 연휴가 불만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여행 사이트 ‘익스피디아 재팬’이 지난해 11월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열흘 연휴가 ‘기쁘다’는 응답이 54%, ‘기쁘지 않다’는 응답이 47%였다. 긍정적 반응은 공무원과 회사원들 사이에서 많고, 부정적 의견은 의사 등 전문직과 주부들이 많이 냈다.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 보육 문제 탓에 반드시 달갑지 않다는 사람들이 있다. 경제계에서는 여행 등 서비스 업종은 매출에는 좋겠지만 생산 감소 등 마이너스 효과도 있을 것으로 본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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