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에서 연료취급기라고 불리는 기계 장치가 연료봉을 꺼내는 모습. 기계에 부착된 카메라를 통해서 전송된 영상 중 일부다. 도쿄/교도 연합뉴스
15일 아침 8시30분, 일본 후쿠시마 제1원전 3호기 건물 안으로 ‘연료 취급기’라 불리는 기계 팔이 분당 60㎝ 속도로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 장치가 운반 중 핵연료봉을 떨어뜨리면 또다른 참사가 발생할 수 있기에 모두가 긴장 속에 이 과정을 지켜봤다. 로봇 팔은 수중에서 핵연료봉을 들어올린 뒤 1시간 동안 천천히 움직여 전용 운반용기로 옮겼다.
도쿄전력이 사고 8년여 만에 후쿠시마 제1원전 폐로를 위한 또 하나의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디뎠다. 2011년 3월 동일본 대지진 쓰나미(지진해일)로 1~4호기에 사고가 발생했다. 정전으로 원전 유지에 필수적인 냉각계통이 마비돼, 1~3호기의 원자로 안 핵연료봉이 녹아내리는 노심용융(멜트다운)이 발생했다. 녹아내린 핵연료(데브리)에선 사람이 다가가면 즉사할 만큼 엄청난 고선량의 방사선이 배출된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원자로 옆 냉각수조에도 고선량의 방사선을 내뿜는 사용후핵연료봉이 보관돼 있다. 도쿄전력은 노심용융이 일어나지 않은 4호기 옆의 사용후 핵연료봉 1535개는 2014년 회수했지만, 1~3호기엔 접근할 수 없어 방치해 왔다. 이날 미뤄왔던 1~3호기 사용후 핵연료봉에 대한 회수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첫 작업 대상인 3호기 옆 냉각수조엔 사용후 핵연료봉 514개, 미사용 핵연료봉 52개가 보관돼 있다. 도쿄전력은 2년에 걸쳐 이를 꺼낸 뒤 원전 부지 내 수조에 임시 보관할 예정이다.
그렇지만 최종 폐로까지는 산 너머 산이다. 사용후 핵연료를 빼낸 뒤엔 노심용융을 일으켜 원자로 압력용기를 뚫고 나간 핵연료를 빼내야 한다. 사용후 핵연료는 수조 안에 안전하게 보관돼 있었지만, 녹아내린 핵연료는 원자로 압력용기를 뚫고 바닥으로 흘러내렸을 것으로 추정된다. 도쿄전력은 이 핵연료가 어디에, 어떤 모양으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도쿄전력은 최근에야 2호기에 파이프 형태의 로봇을 넣어 핵물질 잔해를 일부 확인했다.
도쿄전력은 애초 폐로 작업 마무리에 40년이 걸린다고 예측했다. 그러나 8년이 흐르도록 핵심 작업엔 돌입하지도 못한 상황이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 원전 노심용융 사고로 녹아내린 핵연료를 회수한 적이 있지만, 당시 사고는 후쿠시마 원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작았다. 도쿄전력은 2021년에나 녹아내린 핵연료 제거 작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1986년 체르노빌 참사 때 소련 정부는 핵연료를 꺼내는 모험을 감수하지 않고 원자로를 콘크리트로 덮어버렸다. 일본에도 같은 주장을 하는 이들이 있지만 , ‘부흥’을 강조하는 아베 신조 정부는 사고 지역을 다시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으로 만들겠다고 고집한다. 아베 총리는 14일 후쿠시마 제1원전을 정장 차림으로 방문했다. 2013년 방문 때는 단단하게 방호복을 착용했었다. <산케이신문>은 “방사능 영향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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