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판 일본 외교청서 표지. 위안부 피해 문제 대해서도 지난해 1쪽 조금 넘던 분량을 2쪽에 걸쳐 할애했다. “일본 관헌이 강제연행을 했다는 것을 직접 보여주는 일본 정부 발표 자료에 없으며, 성노예라는 표현은 사실에 반한다”는 주장도 들어갔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일본 정부가 올해 외교청서에서 한-일 관계가 “한국 쪽의 부정적 움직임이 잇따라 매우 어려운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했다.
일본 외무성은 23일 발표한 외교청서에서 한국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 판결, 화해·치유재단 해산 발표, 일본 군함 욱일기 게양 문제, 자위대기 저공 비행 갈등을 “한국 쪽의 부정적 움직임” 사례로 들었다.
지난해 외교청서에서는 “일-한 관계에 곤란한 문제도 존재하지만 적절하게 관리를 지속해 미래 지향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으나, 올해는 ‘미래 지향’이라는 표현마저 뺐다. 대신 “일관된 입장에 바탕해 한국 쪽에 적절한 대응을 요구하는 동시에 북한 문제에 대해 일-한, 일-한-미 간에 긴밀히 연계해가겠다”고 적었다.
지난해 강제징용 피해자를 지칭한 말인 ‘옛 민간인 징용공’이라는 표현을 올해는 ‘옛 한반도 출신 노동자’로 바꿨다.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의 의미를 희석하려고 아베 신조 총리가 제안한 이 표현을 지난해 11월부터 쓰고 있다. 또 강제징용 배상 판결을 별도 꼭지로 다루며 “일-한 간 우호·협력 관계의 법적 기반을 뒤집는 것으로 결코 받아들일 수 없다”, “계속해서 국제 재판과 대항 조처를 포함한 여러 선택지를 시야에 넣고 적절히 대응하겠다”고 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13일 일본 지바현 후나바시 소재 육상자위대 나라시노 훈련장에서 연설하고 있다. 그는 이날 한-일 ‘초계기 저공 위협비행-구축함 추적레이더 조준’ 갈등과 관련해 "중요한 것은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필요하면 자위대의 전파 정보를 한국 측에 제시해 사실을 확인시킬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본은 14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실무협의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독도에 대해서는 “국제법상 일본 고유의 영토이며, 한국이 불법 점거를 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동해 표기에 대해서도 “일본해가 국제적으로 확립된 유일한 호칭”이라고 주장했다. 동해 표기 문제는 지난해부터 외교청서에 기재됐다.
북한에 대해서는 지난해 쓴 “최대한의 압력”이라는 표현을 삭제하고 “국제사회가 하나가 돼 미국과 북한의 교섭을 뒷받침하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북한과의 국교 정상화 및 일본인 납북자 문제 교섭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외교부 대변인 성명을 통해 “일본 정부가 외교청서에서 역사적·지리적·국제법적으로 명백히 우리 고유의 영토인 독도에 대해 부당한 영유권 주장을 되풀이한 데 대해 강력히 항의하며, 이의 즉각적 철회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외교부는 미스지마 고이치 주한일본대사관 총괄공사를 초치해 외교청서에 담긴 독도·위안부·강제징용·동해 표기 등과 관련된 일본의 주장에 항의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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