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 도쿄/교도 연합뉴스
일본 법원이 카를로스 곤 전 닛산 회장의 보석 신청을 받아들여 석방했다. 지난달 초에 이은 두번째 석방 결정이다.
도쿄지방재판소는 25일 유가증권 보고서 허위 기재와 특수배임 혐의 등으로 기소된 곤 전 회장에게 5억엔(약 52억원) 보석금을 받고 석방을 허가했다. <아사히신문>은 법원이 내건 보석 조건은 ‘부인과 접촉금지’라고 전했다.
곤 전 회장은 지난달 6일 보석금 10억엔(약 103억원)을 내고 한차례 풀려난 바 있다. 당시 석방 조건은 주거지에 감시 카메라 설치, 스마트폰 및 인터넷 사용금지, 사건 관계자 접촉금지 등이 조건이었다. 이 조건이 그대로 유지된 채 부인 접촉금지 조항이 추가됐다.
도쿄지검은 지난 4일 보석 신청이 받아들여진 곤 전 회장에게 특수배임 혐의를 추가 적용해 다시 체포한 바 있다. 도쿄지검은 곤 전 회장을 두번째 체포하는 이유로 닛산 중동법인에 지인이 경영하는 오만 업체에 자동차 판촉비 명목으로 1500만달러(약 170억원)를 지급하게 했고, 이중 500만달러가 곤이 실소유자로 보이는 계좌로 입금됐다는 혐의를 공개했다. 피고인이 혐의를 부인하는 상황에서 보석 신청이 두 차례나 받아들여진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 때문에 일본에선 법원의 이번 결정이 프랑스에 대한 ‘외교적 배려’란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이 결정이 나오기 이틀 전인 23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프랑스 정부는 정상회담 뒤 성명에서 “곤 전 회장이 무죄 추정의 원칙에 따른 권리와 영사의 보호를 받을 권리가 있다는 점이 (정상회담에서) 언급됐다. 프랑스 시민인 곤 전 회장의 권리들이 존중되는지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아베 총리는 일본 당국의 수사가 “엄격한 사법 심사를 거쳐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고 <교도통신>이 전했다.
프랑스 정부가 곤 전 회장의 재판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것은 르노와 닛산 간의 ‘미묘한 관계’ 때문이다. 르노의 대주주인 프랑스 정부는 르노와 닛산의 경영통합을 바라고 있다. 르노는 이달 중순 닛산에 경영통합을 제안했지만, 닛산이 거절했다고 일본 언론들이 전했다. 르노는 1999년 경영위기에 빠진 닛산에 자본을 투입해 현재 43.4%의 닛산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 이에 견줘, 닛산의 르노 주식 보유율은 15%밖에 안 된다. 그나마 닛산이 가진 르노 주식은 의결권도 없다. 사실상의 지배-종속 관계인 셈이다.
이에 견줘 2017년 닛산 매출은 약 12조엔으로, 르노(7조7000억엔)보다 2배 가까이 크다. 그 때문에 곤 전 회장의 이번 기소를 르노에 대한 ‘닛산의 쿠데타’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