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의원 총선에서 압승을 거둔 고이즈미 준이치로(가운데) 일본 총리가 지난 10월31일 개각을 마친 뒤 ‘나카타초’거리 한복판에 있는 총리공관에서 새 각료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AP 연합
‘권력 폭주족’ 상영될수도
296석 거느린 공룡여당 절대권력자 변신…신자유주의 개혁 가속, 계층 양극화 불보듯
296석 거느린 공룡여당 절대권력자 변신…신자유주의 개혁 가속, 계층 양극화 불보듯
6.도쿄 나가타초 ‘9·11 대격변!’ 지난 9월 자민당의 역사적 대승으로 막을 내린 일본 중의원 선거가 정치권과 일본 사회에 던진 충격파는 메가톤급이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는 296석(전체 480석)을 거느린 공룡여당의 절대권력자로 변신했다. 각종 행정 및 정치 기관들이 밀집한 도쿄 중심거리 ‘나가타초’의 한복판에 자리잡은 총리실은 군사혁명을 주도하는 ‘계엄사령부’를 방불케 한다.
[2005지구촌현장] 6. 도쿄나가타초
고이즈미는 당 조사회장과 특별위원장의 임기를 2년으로 제한했다. 도로·교육·의료 등 분야별 조사회를 거점으로 기득권을 사수해온 족의원들의 힘빼기를 겨냥한 조처다. 헌법개정 초안의 전문에 담겼던 복고풍 기술의 삭제나 전격적인 담배세 인상 결정 등도 그의 지시로 밀어붙였다. 심지어 연금업무를 담당할 새 조직의 이름이 정부·여당의 합의로 결정된 뒤 고이즈미의 한마디로 백지화되는 해프닝까지 빚어졌다. 9·11 이후 ‘철의 삼각형’으로 불려온 정·관·업계의 기득권 구조가 와해돼 ‘2005년 체제’의 개막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렇지만 그 동력은 고이즈미 개인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 개혁의 구체적 각론이 확정된 상태도 아니다. 그의 퇴진만 숨죽여 기다리는 족의원·수구관료의 반격으로 일과성 돌풍에 그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더욱이 작은 정부를 외치는 신자유주의식 개혁의 가속화로 계층간 양극화의 확대는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우려되는 것은 공룡여당이 쓴소리를 하기 힘든 분위기여서 고이즈미가 ‘폭주 기관차’로 돌변할 위험이 크다는 점이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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