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트럼프 일 준항모에서 ‘글로벌 군사동맹’ 천명

아베 트럼프 옆에 두고 ‘가가’ 항모 개조 발언
“‘가가’는 인도양에서도 미 해군과 연대”
트럼프 “가가 훨씬 너머의 위협에서도 미국 방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부부가 28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항에 정박 중인 해상자위대 호위함 ‘가가’ 갑판에 내리자, 기다리고 있던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안내를 하고 있다. 요코스카/AP 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으로 일본의 항공모함으로 활약하게 될 호위함 ‘가가’에 나란히 올라 미일동맹이 이전과는 다른 ‘글로벌 동맹’으로 격상됐음을 대내외에 선언했다. 두 정상이 서태평양에서 인도양에 이르는 너른 지역에서 자위대가 미국의 패권을 유지를 위해 적극 활동한다는 방침과 구체적 실행법을 확인함에 따라 일본이 평화헌법을 통해 70여년 간 지켜 온 ‘전수방위 원칙’(무력을 오로지 일본 자국 방어만을 위해 사용한다는 원칙)은 공식적인 종언을 고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28일 오전 세계 최강의 함대라 불리는 미 제7함대와 일본 해상자위대 제1호위대군의 모항인 가나가와현 요코스카 기지에 정박한 가가의 갑판에서 미 대통령 전용 헬기인 ‘마린 원’을 통해 승선한 트럼프 대통령을 맞이했다.

아베 총리는 이후 도열한 자위대원들 앞에서 “일-미 양국 정상이 함께 자위대와 미군을 격려하는 것은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껏 뽐낸 뒤 “나와 트럼프 대통령 아래서 일미동맹은 이전에 없던 강고한 것이 됐다”고 선언했다. 아베 총리는 이어 미일동맹은 “인도·태평양을 자유롭고 열린 곳으로 만들고 지역의 평화와 번영의 초석으로 만들어야 한다”며 그 구체적인 실행 방법 중 하나로 “앞으로 본함(가가)을 개조하고, 스토블(STOVL, 단거리 이륙·수직 착륙기) 전투기를 탑재해 우리나라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에 한층 기여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앞선 지난해 12월 방위계획대강을 개정해 이즈모급 호위함인 이즈모와 가가를 수리해 이 배들을 F-35B 등 수직 이착륙기를 운용할 수 있는 항공모함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침을 정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가가는 우리가 이 지역과 그를 훨씬 넘어선 곳에서 복잡한 위협을 방어하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일본의 역할 확대를 추인했다.

미일 양국은 앞선 2015년 4월 방위협력지침을 개정해 미일동맹을 기존의 ‘지역 동맹’에서 ‘글로벌 동맹’으로 역할과 위상을 확대했다. 그 뒤를 이은 이날 선언으로 자위대의 항모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미국을 돕는다는 미일동맹의 구체적인 작동 방식이 정해해지게 됐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