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부 장관이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외교·국방장관 회의(2+2회담) 뒤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도쿄/타스 연합뉴스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비전 실현을 위해 러시아와도 대화를 계속하겠다.”(고노 다로 일본 외상)
“인도·태평양전략은 동맹국끼리의 폐쇄적 틀이다.”(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
30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러시아와 일본의 국방·외교 장관 회담(2+2 회담)에서 양국 외교 수장들이 설전에 가까운 공동기자회견을 했다. 포문은 고노 외상이 열었다. 그는 “북방영토(쿠릴열도 남단 4개섬을 일본이 부르는 명칭)에서 미사일 훈련, 전투기 배치 같은 러시아군의 군비 강화는 우리 나라의 법적 입장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일본은 쿠릴열도 남단 4개섬은 일본 영토라고 보기 때문에 이 섬들에서 러시아군 훈련은 인정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라브로프 장관은 “쿠릴열도 남쪽 섬들은 러시아 주권 아래에 있는 러시아 영토다. 러시아군의 활동은 러시아 영토 내에서의 활동”이라고 받아쳤다.
라브로프 장관은 이어 “어려운 이야기라고 해서 피하지 않았다. (미국과 일본이 주도하는) ‘자유롭고 개방된 인도·태평양 전략’이라는 폐쇄적 전략에 대해서도 의견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그는 “미-일 군사동맹 강화에 관해서도 이야기했다. 일본에서 전개될 예정인 미사일방어(MD)에 대한 우려도 전달했다”며, 일본이 설치할 예정인 이지스 어쇼어(육상형 이지스 미사일 방어망)도 비판했다. 이에 발언한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은 “러시아 쪽에서 지적한 이지스 어쇼어는 순수한 방어 목적”이라고 반박했다.
북핵 문제에서도 인식 차이가 드러났다. 고노 외상은 “일-러 공통의 목표인 북한 비핵화를 위해 계속 연계해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라브로프 장관은 “우리(러시아와 일본)는 한반도 상황에 대해 비슷한 입장을 갖고 있다. 우리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지지한다”고 했다. 그러나 곧이어 “모든 분쟁 갈등 상황과 마찬가지로 최후통첩으로는 아무것도 얻을 수 없으며, 상응하는 행보가 있어야 하고 단계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제재에 집중하는 일본을 견제하는 발언이다.
고노 외상과 라브로프 장관은 31일에도 회담하고, 오사카에서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리는 6월29일 아베 신조 총리와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 의 정상회담을 열기로 합의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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