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수도 도쿄의 풍경. 일본에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 영향으로 기업들 폐업이 늘면서, 개인들의 기업 인수가 가능해지고 있다. <한겨레> 자료 사진.
’인수합병(M&A)으로 해피 리타이어먼트(은퇴). 중소기업 매각이라면 맡겨주세요.’ ’개인, 중소(기업) 인수합병. 사업승계 센터.’ 최근 일본 인터넷 포털사이트에 ‘개인 인수합병’이라고 검색하면 개인의 중소기업 매매를 중개해주는 업체들이 줄줄이 검색된다. 2018년에는 <샐러리맨은 300만엔(약 3200만원)으로 작은 회사를 사세요>라는 책이 출간되는 등 최근 몇년간 일본에서 ‘기업 매수는 개인이 할 수 없는 일’이라는 상식이 깨지고 있다. 지난해 <엔에이치케이>(NHK) 프로그램 <클로즈업 겐다이>에 소개된 40대 남성은 900만엔을 들여 복사 센터를 인수했는데, 인수 시점에는 회사원이었다. 이전 사장이 건강상 문제로 사업체를 팔려고 내놓은 것을 매수했다. 인수 뒤에도 이전 사장에게 건강이 허락하는 범위 안에서 계속 일해 달라고 부탁했다. 사업체를 인수한 이 남성은 방송에 “(회사에서) 더이상 성장할 수 없을 것 같다. (회사에서) 꿈이 있냐고 물으면 역시 없지 않은가”라고 말했다.
개인이 몇천만원 수준에서 작은 사업체 또는 기업까지 인수할 수 있는 배경에는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깔려 있다. 일본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기업 경영자(개인 사업체 포함) 885만명 중 절반 이상인 447만명이 60살 이상이었다. 70살 이상으로 좁혀도 198만명이었다. 1992년에서 2017년까지 59살 이하 경영자는 45% 줄고 60살 이상 경영자는 25% 증가했다. 중소기업 경영자 중 가장 많은 나이는 95년 47살이었으나 2018년에는 69살로 치솟았다. 경영자 은퇴 시점은 다가오는데 후계자도 마땅히 정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도쿄상공회의소가 2018년에 조사한 바에 따르면 60대 경영자 32%만이 후계자를 정했고 70대와 80대도 각각 54%와 58%에 지나지 않는다.
일본에서는 ‘대폐업의 시대’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현재 중소기업 경영자 은퇴 연령을 평균 70살로 본다. 이를 대입해보면, 2025년엔 245만개사의 경영자가 70살 이상이 되고 그 중 약 절반인 127만개사는 후계자가 없으니 이중 상당수는 폐업할 것이라는 추정이 나온다. 후계자가 없어 폐업을 걱정해야 하는 기업 가운데 64만개사는 흑자 경영 중이다. 이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간단하지 않지만 평범한 회사원이 후계자가 없어 폐업 위기에 놓인 회사를 비교적 적은 돈으로 인수하는 개인 인수합병이 가능해진 것이다.
일본 회사원들이 최근 살롱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지방에 인수할 만한 기업을 단체로 물색하는 투어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사업체 숫자 감소가 걱정인 사이타마현 이스미시 등 일본 지방자치단체들이 이런 투어를 지원하기도 한다.
지자체들이 개인 인수합병 지원까지 나서는 이유는 지자체 사업체 감소가 지역 쇠퇴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인구 감소 시대에 기업 및 사업체 감소는 자연스러운 현상이어서 인위적 조정 시도는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도쿄/조기원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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