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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일본

“벌금은 혐오발언을 범죄로 인식하게 만든 것”

등록 2020-02-01 09:26수정 2020-02-02 16:56

[토요판] 커버스토리
가와사키시 차별금지 조례의 특징

1차 권고 뒤 명령, 공표 절차 거쳐
재판 결과 따라 50만엔까지 벌금형
타 지자체, 가와사키 모델 배우기
일본에는 혐오발언이나 각종 차별행위를 금지하는 내용의 법규가 이미 여러 개 시행 중이다.

먼저 2016년 5월에 제정된 중앙정부 차원의 법률(‘본국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한 대책 추진에 관한 법률’)이 있다. 일명 ‘헤이트스피치 해소법’이라고 하는 이 법은 “본국 이외 국가 지역 출신이라는 점을 이유로, 적법하게 거주하고 있는 그 출신자 및 후손들을 우리나라의 지역사회로부터 배제하자고 선동하는 부당한 차별적 언동”에 대해 “부당한 차별적 언동은 용납되지 않는다는 것을 선언”하고 있다.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이런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원칙적 내용만 있을 뿐 차별적 언동을 규제하는 강제 조항이나 벌칙 규정이 없다.

2016년 1월 채택된 오사카시의 ‘헤이트스피치의 대처에 관한 조례’는 ‘헤이트스피치 해소법’보다 진전된 내용을 담고 있다. 지방자치단체로서는 처음인 오사카시 조례는 혐오표현을 “①상당한 정도로 모멸하거나 비방중상하는 것 ②위협을 느끼게 하는 것 ③불특정 다수가 표현의 내용을 알 수 있도록 행해지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오사카시 조례는 학자와 변호사 등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를 설치해 헤이트스피치 사안을 조사 심의하여 헤이트스피치에 해당된다고 인정하는 경우, 해당 표현을 한 자의 성명이나 단체 명칭을 시 홈페이지에 공표하도록 했다. 오사카시는 지난해 말 이 조례에 근거해 ‘조선인이 없는 일본을 목표로 하는 회’의 대표 이름(가와히가시 다이료)을 공표했다. 2016년에 했던 그의 거리선전 활동을 혐오표현으로 인정했다. 이후 도쿄도와 고베시도 비슷한 내용의 조례를 만들었지만, 이 역시 벌칙 규정은 없다.

가와사키의 ‘차별없는 인권존중마을 만들기 조례’는 기존 법규에 비하면 획기적이다. 가와사키시 조례는 차별 전반을 금지하는 것과 헤이트스피치 대책으로 이뤄져 있다. 즉, 가와사키 조례는 “누구든지 인종, 국적, 민족, 신조, 연령, 성별, 성적 지향, 출신, 장애 및 그 밖의 사유를 이유로 부당한 차별적 취급을 받아서는 안 된다”(제5조)고 규정했다.

이어 가장 큰 사회문제가 된 헤이트스피치(혐오발언) 대책과 관련해서는 벌칙 규정을 뒀다. 차별적 언동을 한 자에 대해서는 6개월간 그런 언동을 하지 않도록 시장이 1차로 ‘권고’하며, 이에 따르지 않으면 다시 6개월간 언동을 하지 말도록 ‘명령’을 하며, 그래도 위반한 자는 그 이름을 ‘공표’하게 된다. 권고나 명령, 공표를 하기 전에 시장은 전문가 5명으로 구성된 ‘차별방지 대책 등 심사회’의 ‘의견을 청취’해야 한다.

이름 공표가 이뤄지면 행정명령을 위반한 데 대해 경찰과 검찰에 고발하게 되며, 수사 결과 재판에 회부되면 결과에 따라 최고 50만엔(약 540만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헤이트스피치 자체를 처벌하는 게 아니라 시의 명령을 따르지 않은 데 따른 행정 형벌이다. 최종 벌금까지는 복잡한 단계를 거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한계가 있다. 가와사키시에서 활동하는 인권변호사 간바라 하지메는 “표현의 자유 침해 논란 때문에 부득이하게 절차가 복잡해졌다”며 “이번 조례의 가장 큰 의미는 헤이트스피치가 벌금을 물 수 있는 범죄라는 것을 사람들에게 인식하게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가와사키와 같은 가나가와현에 있는 사가미하라시, 도쿄의 다이토구 등 몇몇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가와사키 모델의 헤이트스피치에 대한 조례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김종철 선임기자 phill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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