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이즈미 연두회견서 한·중 비판
고이즈미 준이치로 일본 총리는 4일 연두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이유로 정상회담을 거부하고 있는 한국과 중국을 강력히 비판했다.
고이즈미 총리는 “한 가지 문제로 다른 교섭의 문을 닫아서는 안된다”며 “정신의 자유에 정치가 개입하는 것을 꺼리는 (일본의) 언론인·지식인의 비판을 이해할 수 없다. 더욱이 외국 정부가 마음의 문제에 개입해 외교문제화하는 자세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일-미 동맹과 국제협조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는 사람이 다음 자민당 총재, 총리에 적합하다”고 말해 미-일 동맹을 최우선시하는 고이즈미 정부의 외교노선을 차기 총리가 이어받기를 기대했다.
이에 대해 반기문 외교통상부 장관은 이날 내외신 정례 브리핑에서 “일본 정부 지도자들이 주변국의 지적에 진솔하게 귀를 기울여 역사인식에 좀더 정확한 태도를 갖게 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 장관은 “정부는 역내 국가간 협력 유지의 가장 중요한 관건은 일본 정부가 역사인식에 대한 정확한 입장을 갖고 관련국의 신뢰와 존경을 받을 수 있는 노력을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앞서 우파 성향 <요미우리신문>의 와타나베 쓰네오 회장 겸 주필과 중도 성향 <아사히신문>의 와카미야 요시부미 논설주간은 최근 대담을 갖고 총리의 야스쿠니 참배에 강한 우려를 나타냈다.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월간 <논좌> 2월호에 실릴 이 대담에서 와타나베 회장은 “군국주의를 부채질하고 예찬하는 전시품을 늘어놓은 박물관(유슈칸)을 야스쿠니 신사가 경영하고 있다. 그런 곳에 총리가 참배하는 것은 이상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특히 “야스쿠니 공식 참배론자가 차기 총리가 되면 아시아 외교는 영원히 엉망이 돼버리지 않겠는가”라고 우려했다.
도쿄/박중언 특파원, 이제훈 기자 park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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