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에무라 다카시(왼쪽에서 두번째) 전 <아사히신문> 기자(현 <주간 금요일> 사장)가 3일 도쿄고등재판소 손해배상 소송 판결 뒤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고 김학순 할머니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처음으로 보도한 우에무라 다카시 전 <아사히신문> 기자(현 <주간 금요일> 사장)가 자신의 기사를 “날조”라고 공격한 우익 인사를 상대로 도쿄에서 낸 소송에서 또다시 패소했다.
도쿄고등재판소는 3일 우에무라가 니시오카 쓰토무 레이타쿠대 객원교수와 니시오카의 글을 실은 잡지사 ‘문예춘추’를 상대로 손해배상금 2750만엔과 사죄 광고 게재를 요구하며 낸 소송에서 기각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니시오카가 우에무라가 쓴 기사를 “날조”라고 공격한 데 대해서, 날조라고 믿을 수 있었던 진실 상당성이 인정된다는 원심판결을 유지했다.
니시오카는 2014년 문예춘추가 발행하는 주간지 <주간문춘>에 우에무라가 쓴 위안부 피해 기사가 “날조”라고 공격하는 글을 실었으며, 이후 우에무라는 “딸을 죽이겠다”는 협박 편지를 받는 등 큰 고통을 입었다. 우에무라는 2015년 니시오카와 문예춘추가 자신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도쿄지방재판소에 소송을 냈으나, 지난해 1심에서 패소했다.
우에무라는 <아사히신문> 기자 시절인 1991년 고 김학순 할머니 증언 녹음 테이프를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 대한 기사를 썼다. 20여년 뒤 니시오카 등 일본 우익 인사들이 우에무라가 쓴 기사에 “여자정신대라는 이름으로 전장에 연행되어”라는 부분을 문제 삼았다. 정신대는 군수공장 근로 동원으로 일본군 위안부와 다른데 정신대라는 용어를 썼다고 공격했다. 그러나 일본군 위안부 피해가 널리 알려지기 이전인 1990년대 초반 일본 언론들 대부분도 정치적 성향과 상관 없이 정신대라는 단어를 일본군 위안부 피해에도 사용했다.
우에무라는 판결 뒤 기자회견에서 “즉시 상고하겠다”고 밝혔다. 우에무라는 니시오카가 2014년 <주간문춘>에 쓴 글에서 고 김학순 할머니가 부모에게 팔려갔다고 (일본 정부 상대 소송) 소장에 쓰고 한국 언론 취재에도 그렇게 대답했다고 적은 점을 지적하며, 전부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소장에도 그런 진술은 없고 한국 언론은 <한겨레신문>을 말하는데 그런 내용이 없다”며 “니시오카 글은 중대한 결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변호인들은 “최고재판소도 명예훼손 재판의 경우 진실 상당성을 엄격하게 해석하고 있다. 고등재판소는 추론으로서 상당한 합리성이 있다고 판결했는데 이는 판례와도 어긋나는 중대한 문제다”고 말했다.
우에무라는 “일본은 역사에서 직시해야 할 사실이 있다. 이를 지우려는 세력이 있다”며 “이번 부당 판결을 방치할 수 없다. 이대로라면 여러분도 기자회견 단상에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달 6일 삿포로고등재판소는 우에무라가 또 다른 우익 인사인 사쿠라이 요시코 등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소송에서도, 도쿄고등재판소와 비슷한 취지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도쿄/글·사진 조기원 특파원
garden@hani.co.kr